김승옥의 혁명적 감수성, 그림으로 다시 읽기
'그림으로 떠나는 무진기행'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소설가 김승옥(76)이 '그림으로 떠나는 무진기행'(아르떼)을 냈다. 직접 그린 그림 70여 점에 짧은 글을 덧붙인 그림 에세이다.
그림들은 크게 두 갈래다. '무진기행'의 배경인 순천을 비롯해 광양 매화마을, 부산 해운대, 목포 유달산 등의 풍경과 문인들의 생가·시비를 그린 수채화가 50여 점이다. 나머지 20여 점은 김치수·김현·염무웅·최하림 등 작가가 젊은 시절 함께 한 '산문시대' 동인, 김지하·문정희·윤후명·황동규·배창호·이어령 등 친분을 쌓아온 각계 인사들의 초상화다.
김승옥은 '무진기행'과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서울의 달빛 0장' 등으로 1960∼1970년대 한국문학에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1980년 신문 연재 도중 검열에 항의하며 절필을 선언했고 이후 성경과 신학에 빠져 문학에서 더욱 멀어졌다. 2004년 펴낸 산문집 제목은 '내가 만난 하나님'이었다.
2003년 뇌졸중이 찾아온 이후 말하고 쓰는 능력을 잃은 김승옥은 글 대신 그림으로 투병생활을 버텨왔다. 대학 1학년 때 신문에 만화 '파고다 영감'을 연재할 만큼 그림에도 재능을 보였던 작가다. 작년 7월에는 전시회도 열었다. 책에는 전시회에서 선보인 작품에 이후 그린 초상화 몇 편을 보탰다.
그림에는 소재가 된 가본 곳, 만난 사람들에 대한 짧은 글이 달렸다. 출판사는 "과거에 써둔 글을 토대로 작가의 확인을 거쳐 책에 실었다"고 설명했다. 168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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