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자랑하는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

입력 2017-03-16 03:03
근육 자랑하는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

겨울 훈련 캠프에서 근력 운동은 필수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몸무게와 근육량이 다 같이 늘었다."

최근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이 새 시즌을 앞두고 동계 훈련 내용을 설명하면서 빠지지 않는 게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프로 골프 선수가 근육을 키우는 중량 운동을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미국) 이전에는 골프 선수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금기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근력 운동을 외면하는 골프 선수는 아예 없다.

여자 골프 역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근육을 키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뒤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은 훈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 됐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 훈련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는 선수가 많다.

올해 여자골프 1인자 자리를 노리는 고진영(22)은 베트남 전지훈련을 마친 뒤 눈에 띄게 몸집이 좋아졌다. 늘어난 몸무게 5㎏은 대부분 근육으로 채웠다.

고진영을 지도한 고덕호 코치는 "허벅지 둘레를 재보니 나보다 더 굵어졌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국내 '장타 여왕'을 예약한 김민선(22)은 프로 선수가 된 뒤 처음으로 근력 훈련 전담 트레이너를 대동하고 겨울 훈련을 다녀왔다.

다소 야윈 듯했던 김민선은 체격이 몰라보게 커졌다. 겨울 훈련 동안 단백질 섭취와 중량 운동을 다 같이 늘린 덕이다.

'근육량을 늘리려고 하루에 달걀 한판씩 먹었다'고 해서 '달걀 골퍼'라는 별명을 얻은 김해림(29)은 방송에 출연해 "100㎏ 덤벨을 거뜬히 들 만큼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운동선수답지 않게 예쁜 몸매가 자랑이던 안신애(27)도 호주에서 트레이너를 지도를 받아가며 근육량 늘리기에 매달렸다.

안신애의 에이전트 갤럭시아SM 구철 부장은 "허벅지가 전보다 훨씬 굵어졌다"고 전했다.

이들뿐 아니라 대부분 선수는 겨울 훈련 동안 근육을 늘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웬만한 겨울 전지훈련 캠프에는 빠짐없이 웨이트 트레이닝 전문 트레이너가 따라붙었다.

이렇게 겨울 훈련에서 근력 운동이 대세가 된 것은 근력의 중요성을 선수들이 몸으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나상현 SBS 골프 해설위원은 "요즘은 비거리가 짧은 선수는 버티질 못한다. 비거리는 근력이 있어야 한다. 또 근력이 있어야 스윙이 덜 흐트러지고 부상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유난히 선수들이 근육량 늘리기에 매달린 것은 대회 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는 2015년부터 대회가 30개를 넘었고 작년에는 32개 대회가 열렸다.

고덕호 코치는 "체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시즌 후반에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시즌 내내 제 스윙을 유지하려면 강한 근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선수들이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고 코치는 "6년 전부터 겨울 훈련 캠프에 웨이트 트레이닝 전문가를 동반했는데 이번 겨울에는 특히 선수들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고 덧붙였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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