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하려고 에르도안 추한 싸움"…서방언론 불쾌감 노출
NYT·FT "국수주의 자극해 개헌하려는 싸움걸기" 사설
WSJ "터키를 서방 일원으로 인정할지 판단 필요한 시점"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유럽 국가를 연일 매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저의를 두고 서방언론이 불편한 시각을 공식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터키가 벌이는 유럽과의 추한 싸움'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토 동맹인 독일과 네덜란드에 흉한 설전을 거는 까닭은 그렇지 않아도 전제군주와 같은 권력을 키우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수주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늘리려고 유럽과 싸움이 붙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4월 16일 국민투표에서 터키 개헌안이 가결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법원 고위인사 임명권, 헌법과 법률보다 우선하는 포고령을 내릴 국가비상상태 선포·운영권을 손에 넣게 된다. 집권 기한도 2029년까지 늘어난다.
신문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런 공격적인 전술이 유럽의 반(反) 난민·반이슬람 정당 후보들에게 힘을 실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15일 네덜란드 총선을 시작으로 5월에는 프랑스 대통령 결선투표가, 9월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독일 총선이 치러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제정치를 위해 싸움을 건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FT는 양측 갈등이 촉발된 계기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터키 개헌 지지를 독려하는 자국 내 정치 집회에 터키 장관의 참석을 막아서이지만 실상 터키 정치인들은 해외에서 집회를 열 권한이 없어 에르도안 대통령도 불평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운동의 귀재지만 그도 이번 개헌 국민투표에서는 힘겨워하고 있다"며 "불행히도 유럽연합 국가들과 갈등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선물"이라고 정리했다.
나치 운운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극언이 유럽인 귀에는 터무니없겠지만, 터키 국수주의자들이 반긴다고 설명했다.
FT는 집회에 참석한 터키인이 경찰에게 맞는 이미지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기대한 효과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서방이 터키가 믿을만한 일원이라는 허구적 명제를 계속 인정해야 하느냐"며 "에르도안은 우리에게 소속된 19세기 사고방식을 지닌 깡패"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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