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무늬만 개방'?…각종 빗장에 외국로펌 '주저'

입력 2017-03-16 05:55
법률시장 '무늬만 개방'?…각종 빗장에 외국로펌 '주저'

15일부터 미국-국내로펌 합작회사 설립 가능…신청 '0'

'윈윈' 한미 FTA, 법조계는 예외…투자·일감 기대 무색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시작됐지만, 미국 로펌들은 여전히 국내 투자를 주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FTA가 사회 각 분야에서 무역과 투자를 늘리는 '윈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대표적 서비스 분야인 법률시장은 아직 '사각지대'로 남은 셈이어서 향후 개선·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되면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합작해 국내에 법률회사를 설립하고 국내 변호사를 채용할 수 있다.

16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내에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미국 로펌 중 국내 로펌과의 합작회사 설립을 신청한 로펌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를 차린 미국 로펌은 총 22곳이다. 폴 헤이스팅스나 베이커 앤 맥켄지. 디엘에이 파이퍼 등 다국적 초대형 로펌이 즐비하지만 아직 국내 투자 확대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로펌들은 한국 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외국법자문사법'상 합작회사에 대한 규제가 심해 합작회사 설립이 성공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국법자문사법은 합작회사의 구성원 비율을 국내 로펌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하고, 합작회사의 업무를 국내법 자문 업무로만 한정해 소송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한다.

한 미국 로펌의 국내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는 "합작회사를 통해 미국 로펌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미국 본사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합작회사 설립에 나서는 미국 로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시작된 유럽연합(EU) 소속 로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클리포드 챈스 등 5개 영국 로펌이 국내에 진출했지만, 합작회사 설립에 나선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변협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 변호사업계 분위기가 외국 로펌들이 합작회사를 설립할 정도로 만만치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 로펌들이 투자에 주저하자 취업 기회 확대를 원하던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합작회사가 설립되면 국내 변호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가 국내 로펌 보호에만 치중해 법에 지나치게 제약을 뒀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당분간 '무늬만 개방' 상태가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되면서 취업에 힘들어하던 젊은 변호사들은 법률시장 개방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정부가 국내 로펌 지키기에만 급급해 정작 국내 변호사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막아버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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