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얼마나 버틸까
美 인상속도 빨라지면 한은도 올 연말께 인상 검토할 수도
"시장에 '위기대비' 신호 주고 적극적 대응책 강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한국은행의 대표적인 통화정책 수단인 기준금리는 작년 6월 이후 1.25% 수준에서 멈춰 서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작년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계속 같은 수준으로 동결해왔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달 금통위까지 8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엔 내리기도 어렵고 올리기도 어려운 사정이 있다.
'소비절벽', '채용절벽'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경기의 극심한 부진과 불황을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내려 국내경기를 부양하는 게 맞다.
한은이 2014년 8월부터 5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이렇게 내린 영향으로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가 역으로 기준금리를 더는 내리기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가계부채가 1천344조원에 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나 저소득층 등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악성 부채를 늘려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동안 미국은 경기호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 정책금리 차이는 0.25∼0.50%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언제까지나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버티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미국이 앞으로 0.25%포인트씩 2차례 금리를 더 올리면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져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내외금리가 역전된다면 국내 증시 등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빠져나갈 위험이 있으며 이는 한은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한계가구의 가계부채 부담은 국내 미시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외국인자금 이탈은 대외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국내 정책당국이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게 금융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은은 현재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지면 올 하반기나 연말쯤이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게 될 수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도 언제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냐는 문제가 부각된다"면서 "과거 내외금리 역전 시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매도에 나섰기 때문에 미국이 한 번 더 올리면 한은도 인상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자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져 최악의 경우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의 연쇄도산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한은이 무조건 '완화기조'와 '동결'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위험요인에 대해 금융시장과 대출자 등에게 경고 신호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계가구 등이 "올리지 않겠다"는 한은의 선언만 믿고 있다가 나중에 곤경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위험에 대비할 신호와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은이 기준금리의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한계가구나 한계기업, 중소기업 등의 자금난을 지원해줄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은이 시중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저리의 자금을 지원해주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신속히 개편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채권시장 안정이나 저소득층 대출보증 재원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는 언젠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가계부채나 채권시장의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을 시장에 알려서 미리 위험관리를 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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