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등 불안감 상존에도 "안전 개선됐다"는 정부 통계지수
경제지표 한계 극복 위해 '삶의 질' 지수 선보였지만 체감도는 낮아
산술평균으로 누락통계 추정, 고용 질은 반영 안 돼…"해결해야 할 과제"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김수현 기자 = 정부가 기존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경제지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삶의 질'을 지수화한 첫 결과물을 15일 내놨다.
지수 산정을 위해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건강·교육 등 사회분야, 안전·환경 분야를 포괄한 80개의 지표를 선정했고 정부 공식 통계뿐만 아니라 설문 등 주관지표도 상당수 포함하는 등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통계자료 일관성이 부족하다 보니 기존 자료를 기계적으로 평균을 내 추정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사용된 지표들이 세밀하지 못하고 투박한 탓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선진국 발돋움한다고 하지만…자살률 1위·출산율 꼴찌 '민낯'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삶은 나아지지 않을까'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개발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1960∼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거듭했다.
1인당 실질GDP는 1960년 109만2천원에서 2015년 2천892만8천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그간 한국인이 더 행복해졌다고 답하기는 쉽지 않다.
입시 경쟁, 취업 전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어 내 집 마련의 꿈도 점차 멀어지는 모양새다.
일부 지표에서도 한국인의 팍팍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위권인 10위지만 자살률(2016년 기준)은 1위, 합계 출산율은 34개국 중 33위(2014년 기준)다.
그러나 단편적인 지표로 한국인 전체 삶의 질을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적으로도 삶의 질과 사회발전을 측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하며 한국도 국제 흐름에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통계청과 '한국 삶의 질 학회'가 중심이 돼 2009년부터 8년간 연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삶의 질 종합지수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삶의 질 종합지수는 소득·소비, 고용·임금, 사회복지, 주거, 건강, 교육, 문화·여가, 가족·공동체, 시민참여, 안전, 환경, 주관적 웰빙 등 12개 영역, 80개 지표로 구성됐다.
2006년을 기준년으로 삼아 해당 연도의 각 영역 내 개별지표의 증감률을 단순 평균해 영역 종합지수를 만들고 다시 12개 영역 종합지수 증가율을 단순평균해 종합지수를 산출했다.
◇ 공교육 신뢰 바닥인데 "교육영역 23% 개선"…체감과 거리
문제는 통계청이 내놓은 삶의 질 지수가 현실 체감도와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분야 종합지수는 2015년 123.9로 2006년(100)보다 23.9% 상승했다.
잦은 입시제도 변경으로 인한 공교육에 대한 불신, 출산 기피 원인으로 꼽힐 만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 나아질 기미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쉽게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통계청은 고등교육 이수율, 유치원 취원율이 개선된 점이 교육분야 종합지수를 끌어올리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학교생활만족도, 대학졸업생 취업률도 지표상 악화하지 않았지만 실업률 등 고용 영역에서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교육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확산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건으로 전 사회에 증폭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안전분야 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22.2% 상승해 과거보다 더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 점도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안전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크게 떨어졌지만 도로사망률, 아동안전사고사망률, 산업재해율 등 객관적 지표가 꾸준히 개선돼 전체적으로 지수가 높아졌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삶의 질 지수는 개인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사회의 질'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개인의 만족도는 하락 추세에 있지만 사회 지표는 개선되고 있어 현실 체감과 달리 종합지수는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실제 국제비교 지표로 활용되는 갤럽 자료를 보면 2011년 이후 삶의 만족도는 6.95에서 5.78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기대수명, 기대교육연수, 1인당 국민소득(GNI) 등 지표는 모두 안정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다.
이번 삶의 질을 구성하는 80개 지표 중 54개 지표가 2006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누락 자료는 평균값으로 '땜방'…지표체계 보완은 과제
처음 내놓는 지수이다 보니 통계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활용 가능한 지표를 모두 고려했지만 자료 주기가 1·2·3·5년 등으로 서로 다르다 보니 연도별 종합지수를 일관되게 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통계청은 중간에 자료가 없는 부분을 전후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평균값으로 채워 넣었고 최근 자료가 없을 때는 마지막 측정된 값을 그대로 사용했다.
지표에 따라 중요도가 다르고 현실 체감도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모든 지표를 가중치 없이 산술평균해 지수를 산출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에 따라 느끼는 중요도가 다른 만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예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소득·소비, 고용·임금 등 어느 정도 유사한 패턴을 보여야 할 지표들이 주관적 지표 영향으로 서로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부분도 발견됐다.
'한국 삶의 질 학회'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임금 부문은 일자리 만족도, 실업률 악화 등으로 증가율이 평균보다 낮았고 소득·소비는 전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받아 평균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라며 "이 같은 괴리는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고용 부문 평가에서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비정규직 지표가 빠져있는 등 평가 기준을 더 세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고용 안정성 지표를 생각했는데 기준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라며 "고용 안정성을 대표할만한 통계 이용 가능성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는 했지만 최종 분석에 포함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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