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05년 낸 세금 437억원"…방송 폭로예고에 '선수공개'(종합)

입력 2017-03-15 14:34
"트럼프, 2005년 낸 세금 437억원"…방송 폭로예고에 '선수공개'(종합)

백악관 "언론의 내역 공개는 불법" vs MSNBC "국민 알권리 차원"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대선 때부터 공개 거부로 논란이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자료 일부가 공개됐다.

미국 MSNBC 방송의 '레이철 매도 쇼'는 14일(현지시간) 밤 트럼프 대통령의 2005년 소득과 납세 내용을 공개했다.

방송에서 공개된 납세 자료에 따르면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2005년 모두 1억5천300만 달러(약 1천749억원)의 소득을 올려 3천650만 달러(417억원)를 세금으로 냈다. 소득의 약 24%를 세금으로 낸 셈이다.

AP통신은 2005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된 실효세율이 미국인 평균보다 약 10% 높지만 연 100만 달러(11억5천만원) 이상 고소득자와 비교하면 27.4%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05년에 이전 년도 사업의 손실로 1억300만달러(1천178억원)의 부채를 상각해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탕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 손실에 따라 합법적으로 세금을 덜 낸 사실은 이전 보도로도 알려진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1995년 9억1천600만 달러(1조478억 원) 손실로 소득세를 신고해 이에 따른 세금공제로 상당한 기간 합법적으로 납세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2005년 납세 자료는 언론인이자 트럼프 전기 작가인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이 입수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존스턴은 미 국세청(IRS)을 수년간 출입한 NYT 기자 출신이다.

그는 MSNBC의 레이철 매도 쇼에 출연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우편으로 2쪽 분량의 납세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05년 납세 내용은 MSNBC의 쇼가 방영되기 전에 이미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자료를 입수했다는 MSNBC 측의 예고에 백악관이 소득과 세금 수치를 공개하며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MSNBC의 여성 간판앵커 매도는 2005년 납세 자료를 입수한 사실을 알리며 이날 밤 9시 자신의 쇼에서 세부 내용을 밝히겠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매도의 '폭탄선언'에 백악관은 부랴부랴 소득과 납세 수치를 공개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2005년 소득이 1억5천만 달러(약 1천724억원)였으며 3천800만 달러(437억원)를 세금으로 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그룹의 수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득세 외에도 소비세, 특별소비세, 고용세 등으로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냈다면서 "법이 부과한 세금보다 많이 낼" 책임은 없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MSNBC의 자료 공개가 불법이라는 점도 주장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MSNBC가 시청률 올리기에 혈안이 됐다면서 "납세 자료를 훔쳐서 공개하는 건 완전히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부정적한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자료에 집착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세금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불법 주장에 MSNBC 측은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를 거론하며 국민 관심사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납세 자료 공개를 거부해 구설에 올랐다. 감사가 다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선 후보들이 대선 기간 납세 자료를 공개한 '전통'을 트럼프 대통령이 깬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2005년 소득과 납세 자료가 공개됐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없어 궁금증 해갈에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평가도 나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 그룹을 이끈 데이비드 브록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밤 해답보다 더 많은 의문이 남았다"며 법적으로 완벽한 납세 자료를 내놓는 사람에게 500만 달러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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