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마약범 처형 두테르테,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된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마약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처형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 형사재판을 받을지 관심을 끈다.
15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시 시장 시절에 운영한 자경단에서 활동한 에드가르 마토바토는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반인륜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할 계획이다.
마토바토의 변호사 주드 사비오는 조만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에 직접 가서 고발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작년 6월 말 취임과 함께 마약 유혈 소탕전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7천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다.
마토바토는 지난해 하반기 상원 청문회 증언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장 재직 때 자경단을 운영하며 범죄자와 정적을 암살했다고 주장했다.
마토바토는 자경단이 1998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1천400여 명을 죽였으며 자신이 죽인 사람만 5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사실상 범죄 용의자 즉결처형을 지시, 인권을 유린한다고 비판한다. 최근 국제앰네스티는 두테르테 정부의 초법적 처형이 반인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ICC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단속 과정에서 저항하는 용의자를 사살했을 뿐 두테르테 대통령이 즉결처형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ICC가 고발장을 접수하더라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혐의를 재판 대상으로 판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와 관련,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대량학살과 같은 반인륜 범죄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불법 마약 척결은 선거 공약이자 국가 보호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ICC 고발 움직임을 일축했다. 그는 ICC가 자신에 대한 처벌에 나설 경우 필리핀의 ICC 탈퇴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10월 파토우 벤소우다 ICC 검사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소탕방식과 관련, "필리핀 내 누구든 지시·요구·조장 등의 행위로 집단 폭력을 선동하거나 이에 관여하면 잠재적으로 ICC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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