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봉쇄전략 취약점 찾아…'한국 때리기'로 메시지 전파"
'트럼프 자국 우선주의·韓 차기 정부 성향' 등이 변수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이후 무차별적으로 전개되는 중국의 보복 조치는 미국의 대중 봉쇄전략의 취약점을 찾아 이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이 한반도에서 시작해 일본 열도를 지나 필리핀, 호주까지 이어지는 미 우방국과 미국의 군사적 동맹으로 막혀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중국을 둘러싼 군사 비행장과 해군 정박지, 레이더 배치, 감청기지들로 이뤄진 대중 봉쇄망은 5척의 항공모함과 1천500대의 항공기를 거느린 미 태평양사령부의 막강한 화력에 의해 뒷받침된다.
WSJ는 이러한 화력에 맞서기에 역부족인 중국이 미 동맹국을 협박해 미국의 권위와 신뢰성을 손상하는 새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동맹국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결의를 시험하고자 미 우방국을 괴롭히는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중국은 베트남 인근 해역에는 군함 못지않은 화력을 갖춘 선박들로 보호받는 거대한 석유시추선을 보냈다. 1980년대 미군 기지들을 철수토록 한 필리핀은 이미 중국의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WSJ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통해 사드 배치를 연기시키거나 좌절시킬 수 있다면, 대중 봉쇄망의 핵심적인 고리를 약화하는 큰 소득을 얻는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산업화에 성공한 데다 전쟁에 대비한 군사력까지 갖춘 한국을 굴복시키는 것은 필리핀처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북한의 핵 위협과 2만8천500명의 주한 미군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의 대중 봉쇄전략에도 조금씩 취약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관측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중국 지도부를 자극했지만, 대선 후보 시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되레 아시아의 우방국들을 '무임승차자'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한국과 일본은 스스로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 이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동북아로 달려오는 것도 놀란 우방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고 WSJ는 해설했다.
한국 차기 정부의 성향도 변수로 주목됐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북한에 유화적인 '햇볕정책'의 시각을 갖고 있어 강경한 미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에 대한 지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서두른 것도 이러한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력을 시험받을 가장 큰 난관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실존하는 핵 위협을 저지하고, 미국의 아시아 지배권을 무너뜨리길 원하는 중국에 맞서 우방국과의 단호한 동맹을 유지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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