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서 '전쟁범죄'로 의료진 800여명 사망"

입력 2017-03-15 10:23
"시리아서 '전쟁범죄'로 의료진 800여명 사망"

의학전문지 랜싯 "폭격·총격·고문·처형에 의료진 희생"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현지에서 벌어진 각종 '전쟁범죄'로 의료 인력 8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충격적 보고가 나왔다.

전쟁범죄는 주로 시리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병력에 의해 병원 폭격, 총격, 고문, 처형 등의 방식으로 저질러졌으며, 시리아 정부와 동맹국인 러시아는 의료 서비스를 폭력적으로 가로막아 전쟁 무기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AFP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의료의 '무기화'로 시리아에서 의료활동에 나선 의사와 간호사, 의무관, 약사 등 수백명이 목숨을 잃거나 투옥되고 고문을 당했으며 수백 곳의 의료시설이 계획적, 조직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영국, 미국, 레바논의 대학들과 시리안아메리칸의학회(SAMS), 비정부기구인 멀티에이드프로그램 연구진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비영리기구인 인권의사회에 따르면 2011년 3월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시리아에서 782명의 의료 인력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9월 이후에도 최소 32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어 시리아 내전 6년간 숨진 의료 인력은 모두 814명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가운데 32%인 247명이 의사였고, 간호사가 176명(23%), 의무관이 146명(19%)이었다. 이밖에 약사와 의대생, 구급차 인력, 환자를 돌보다 목숨을 잃은 수의사들도 희생자 명단에 포함됐다.

병원과 진료소에 대한 폭격과 포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426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5%를 차지했다. 의료 전문 인력에 대한 발포로 180명이 숨졌고, 고문과 처형으로 각각 101명과 61명이 목숨을 잃었다.

보고서는 내전 발발 이전 인력의 거의 절반인 1만5천명의 의사가 내전 소용돌이 속에서 시리아를 떠나 수십만명의 민간인들이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국제사회도 시리아에서 벌어진 국제 인도주의·인권법 위반 행위를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의 94%가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를 포함한 우방들"의 소행이라고 폭로했다.

조사 참여자들은 드러난 증거로 볼때 시리아 정부가 과거 어떤 전쟁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전략 차원에서 의료진을 공격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랜싯은 시리아 의료 인프라 복구와 의료 종사자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인도적 위기를 해소할 국제적 지원을 모색하라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촉구했다.

랜싯은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리아 전 지역과 국민들이 죽어갔다"며 의료 인프라 복구와 개발에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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