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투표 앞둔 에르도안·빌더르스, 적대적 공생 관계"
"터키-네덜란드 갈등, 세계 주요 선거전·국제관계 예고판"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국외 개헌 지지집회를 밀어 붙이는 터키와 이를 저지한 네덜란드 사이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달은 이유는 양국 정치인이 이를 득표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워싱턴 현지시간) 터키와 네덜란드 정치 세력이 각각 개헌과 총선을 앞두고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소개했다.
네덜란드정부는 이달 11일 로테르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터키 관제집회를 막으려고 당일 오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의 비행을 차단하고, 오후에는 파트마 베튈 사얀 카야의 육로 입국도 차단했다.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네덜란드의 조처를 '나치', '파시스트', '바나나공화국' 등의 극언을 반복적으로 쏟아내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유럽이 가면을 벗고 이슬람혐오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여당 주요 인사들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혐오' 발언에 가세했다.
여기에 가장 적극 대응한 것이 네덜란드 극우 정치 아이콘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다.
빌더르스는 "터키 장관은 지지자들과 네덜란드를 떠나서 부디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조롱하며, 극우 여론을 조장했다.
터키는 급기야 13일 밤 양국 고위급 외교관계를 잠정 중단하고, 외교관이 탑승한 비행기의 영공 착륙·통과를 금지했다. 네덜란드대사의 입국도 차단했다.
양국에서는 분노 여론이 비등하다.
미국 조이다대학교의 카스 무더 교수(정치학)는 "최근 벌어진 터키·네덜란드 '위기'는 단순하다"면서 "양국이 권위주의적인 민족주의가 판을 치는 선거전에 매몰돼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빌더르스가 같은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두 정치인은 '이득이 되는 적대관계'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터키·네덜란드 갈등은 올해 전세계 주요 선거판의 전개와 이로 인해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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