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 스캔들' 연루 극우日방위상, 거짓말 들통…사임 위기

입력 2017-03-14 16:54
수정 2017-03-14 16:55
'아키에 스캔들' 연루 극우日방위상, 거짓말 들통…사임 위기

지지율 하락 고심하는 아베 총리, 측근 논란에 곤혹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 중 한 명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아키에(昭惠) 스캔들'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들통나 사임 위기에 처했다.

교도통신은 14일 오사카(大阪) 지방재판소 기록을 확인, 이나다 방위상이 아키에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법정 대리인을 맡은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나다 방위상이 전날 변호사 시절 그가 모리토모 학원의 고문 변호사를 맡았다는 야당 의원의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한 것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그는 "내가 법률상담을 했다는 것은 완전한 허위다. (모리토모 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이사장과 만난 기억이 없다"고 잘라 말했었다.

법원 기록을 통해 변호사를 맡았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자 이나다 방위상은 이날 국회 참의원 본회의에서 "어제 시점에서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내 기억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만난 기억이 없다고 했던 가고이케 이사장에 대해서는 "면식은 있지만 10년 정도 전에 꽤 무례한 일을 당해 관계를 끊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나다 방위상의 거짓말이 들통나자 야당은 즉각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1야당 민진당은 오구시 히로시(大串博志) 정조회장이 "사임할 만하다. 방위상으로서 자질이 없다"고 비난하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다.

본인 뿐 아니라 측근도 모리토모 학원과 관련한 의혹에 연루돼 논란이 되자 최근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하는 아베 총리는 한층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키에 스캔들의 직격탄을 맞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한 달 사이 5~8%포인트나 하락했다.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는 모리토모 학원이 작년 정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초등학교 부지를 평가액의 14% 수준인 1억3천400만엔(약 13억5천800만원)의 헐값에 매입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부인 아키에 여사는 이 초등학교의 명예 교장을 맡았으며 모리토모 학원은 이 초등학교에 '아베신조 기념 소학교'라는 이름을 달아 모금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나다 방위상은 작년 12월에는 현직 방위상으로는 최초로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바 있는 극우 정치인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회피하고 A급 전범의 처벌을 결정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남수단에 평화유지활동(PKO)으로 파견한 자위대의 일일보고 문건에 대해 파기했다고 했다가 다시 전자문서 형태로 남아있다고 말을 바꿔 야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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