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장단 선거 잡음 여전…"제도적 보완 시급"
(전국종합=연합뉴스)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끌어야 할 기초의회 의장단을 뽑는 선거를 두고 잡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의회 의원 10명이 의장 선출을 사전 모의하고 투표용지의 기표위치를 정해 의장단을 선출한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찰이 최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이들 의원은 2014년 7월 8일 제7대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 모 의원을 의장으로 추대하기로 사전에 합의한 뒤 투표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탈표 방지를 위해 투표용지 기표란의 상하좌우 기표 위치를 미리 정해 투표했다.
개표 결과 이들이 합의한 의원은 의장에 당선됐고 참여 의원들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이 됐다.
임시의장 체제에서 비밀투표로 실시된 의장 선거가 기명투표와 다름없는 형태로 진행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장단에 주어지는 활동비와 권한 등의 특혜 탓에 이른바 기초의회의 '감투 나눠먹기'가 암묵적인 관행처럼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의령군의회에서는 의장 선거에서 떨어진 손태영 의원이 의장단 구성을 밀약한 내용의 각서를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손 의원은 2014년 7월 전반기 의장단 선출 당시 동료 의원 5명과 함께 자신을 후반기 의장으로 밀어주기로 약속하고 자신을 포함한 6명이 피로 지장을 찍은 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의장단 선거가 과열되다 보니 금품이 오고 간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사례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현행 법규정을 교묘히 악용해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장단 임기 나눠먹기나 쪼개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방자치법(제48조)은 광역의회는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을, 기초의회는 의장과 부의장 각 1명을 무기명 투표로 뽑고 각각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있다.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있어 4년 임기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의장단을 구성한다.
이 법 제53조는 의장이나 부의장이 궐위(闕位)되면 보궐선거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장이나 부의장 등이 2년 안에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퇴서를 내면 다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
부산참여연대 김종민 대표는 "기초의회의 수준이 떨어지고 별다른 역할도 없다는 평가 탓에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며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지방정치학회 공동회장인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초의회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의원 개인의 역량을 높이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기초의회가 제 역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변우열 김용민 박성우 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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