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경 내 '동물복지농장' 사육 닭 살처분 놓고 논란
농장주 "건강한 닭 죽여야 하나"…익산시 "예외 안 돼"
(익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AI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에 포함된 동물복지농장의 닭 살처분을 놓고 농장주와 행정당국이 맞서는 상황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익산시에 따르면 임 모(49)씨 부부가 지역 내 유일한 동물복지농장인 망성면 장선리 참사랑동물복지농장에서 2년 전부터 산란용 토종닭 5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부부는 동물복지 기준(1㎡당 9마리)보다 넓은 계사에 닭들을 방사하고 친환경 사료와 영양제 등을 먹인 노력 덕에 친환경인증, 동물복지인증, 해썹(식품안전관리 인증)을 받았다.
또한, 익산시 농축산물브랜드인 '탑마루'를 붙여 최고급 계란을 공급해왔다.
그런데 지난 6일 불과 2.2㎞ 떨어진 인근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 이 농장의 닭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AI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농장이 예방적 살처분 반경(3㎞)에 해당한 것이다.
실제로 인근 17개 농장의 닭 85만 마리는 모두 살처분됐다.
하지만 부부는 "애들을 자식처럼 잘 관리했고 최근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어떻게 생명이 있는 동물을 죽일 수 있냐"며 살처분 인력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부부는 '살처분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전북도와 법원에 행정처분과 가처분신청도 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예방적 살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 축산과 관계자는 "농가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의 살처분 지침을 지키지 않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곳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살처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자칫 인사사고 가능성이 있어 강제집행 대신 부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끝까지 거부할 경우 사법기관에 부부를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부가 살처분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위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k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