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자율주행 버스 타보니…알아서 멈추고 드론 택배 받고

입력 2017-03-14 14:01
5G 자율주행 버스 타보니…알아서 멈추고 드론 택배 받고

장애물 등장하자 급정거…굵은 눈발에도 반응

㎝ 단위 위치정보까지 인식해 드론과 실시간 통신

(평창=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때아닌 눈발이 흩날리던 14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앞에 빨간 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25인승 버스를 개조한 5G 자율주행 버스다.

승객들이 모두 오르자 버스는 천천히 미끄러져 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운전자가 핸들에서 양손을 놓았지만, 버스는 시속 15㎞ 안팎의 속도를 유지하며 굽어진 도로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버스 안 전면 스크린에는 현재 속도와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곡선 구간을 지나 직선 도로에 접어든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전방에 승용차가 나타난 것이다.

승용차가 지나가고 나서야 버스는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발이 굵어지면서 버스는 멈췄다 서기를 반복했다.

KT 관계자는 "차량에 부착된 센서가 민감하다"며 "내리는 눈의 양이 많아지면 장애물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300m 남짓 이동하자 좌측 상공에 자율주행 배송 드론이 등장했다.

드론은 인근의 택배 보관함에 정확히 물품을 떨어뜨리고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사이 운전자는 보관함에서 두 손으로 물품을 수령했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드론과 자율주행 버스 간 신속한 데이터 통신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버스가 받는 위치 정보는 기존 GPS(위치정보시스템)보다 10배 이상 정확하다. 기존 GPS는 10m 단위로 인식하지만, 5G 버스는 ㎝ 단위까지 인식한다.

5G 버스에서는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영상과 홀로그램 라이브 등 대용량 미디어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다.

버스 안에는 초다시점 인터렉티브 시스템이 설치돼 이용자가 보는 화면을 실시간으로 3D로 전환한다.

KT는 5G 자율주행 버스를 위해 리조트 내 약 2㎞ 구간에 5G 시험망을 구축했다. 5G 시험망은 이동 중에도 최고 3.2G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KT는 이날 차세대 VR 서비스 'VR 웍스루(Walk Through)'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VR 웍스루'는 고정된 위치에서 진행되던 기존의 VR 서비스와 달리 체험자가 걸어 다니며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자가 동작·위치 감지 센서가 부착된 장갑과 신발을 끼고, 성화 역할을 하는 막대기를 든 채 VR 고글(HMD)을 쓰자 눈앞에 새하얀 스키 점프대가 펼쳐졌다.

성화 봉송 주자가 돼 스키 점프대 위에서 성화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 화면에서 또 다른 주자가 다가와 성황에 불을 붙여주자 몸이 점프대 위를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인공 바람이 얼굴로 불어오고, 발판이 화면 속 움직임에 따라 실제로 움직여 진짜 스키점프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점프대 끝에 도착하자 화면 속 화살표를 따라 발을 내디뎠다. 동선에 맞춰 고글 속 화면이 바뀌었다. 맞은 편에는 마지막 주자가 성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대여섯 발자국쯤을 걸은 뒤 마지막 주자에게 성화를 넘겨줬다.

가상화면에만 의지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실제 움직임이 가상현실에 반영된다는 점은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이날 선보인 5G 서비스는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일반 시민도 체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KT는 올림픽 기간 5G 자율주행 버스와 'VR 웍스루'를 포함한 5G 체험존을 평창 일대와 서울 주요 지역에 설치할 계획이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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