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손사래', 비박은 '핏대'…한국당 지도부는 '난감'

입력 2017-03-14 11:34
수정 2017-03-14 14:48
친박 '손사래', 비박은 '핏대'…한국당 지도부는 '난감'

친박 '사저정치' 해석에 발끈…"인간적 도리도 못 지키나"

비박 "패거리" "해당 행위" 비판…탈당 동력 확보는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자 친박(친박근혜)계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친박계에 핏대를 올렸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숨죽여 온 친박계는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박근혜 지키기'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이 끝내 파면되자 친박계는 사저 주위로 모였다.

친박계는 이런 움직임이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도리'를 다할 뿐이라는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이 정무, 법률, 공보, 수행 등 '업무'를 나눠 일사불란한 조직을 갖춘 것처럼 보도된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데 와전됐다"고 항변한다.

최경환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고자 마중 나간 일에 대해 이렇게 매도당하고 비난당하니 세상 민심이 야박할 따름"이라고 적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때 유일하게 표결에 불참했다. 이후 "산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가 되겠다"며 2선 퇴진을 선언했다. 이렇듯 마음을 비웠는데, 친박계가 재결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한 셈이다.

홍문종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이) 정치 세력화나 '사저 정치'를 생각하지는 않고 계실 것"이라며 "돕겠다는 의원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은 '친박 사저팀'이 꾸려졌다는 보도를 접하고 주위에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친박은 '사라진 세력'인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친박계는 보수 진영에 박 전 대통령의 '억울한 피해자'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어 재기를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태극기 집회의 '옥동자'로 불렸다. 일부 친박계 의원은 그의 후원에 나섰다. "웬만한 주자보다 지지율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친박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당내 비박계는 잔뜩 경계했다. 이대로는 '도로 친박당'을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감에서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지금 일부 친박들의 행위는 명백한 해당 행위 아니냐"며 "지도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징계와 해야 될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는 것을 당론으로 삼았는데, 이에 불복하는 듯한 친박계의 언행은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만큼 징계 대상이라는 논리다.

비박계의 다른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박계의 '패거리 본능'이 또 나왔다. '친박 패권주의'로 나라를 망쳐놓은 장본인들이 아직도 버릇을 못 버렸다"고 맹비난했다.

심재철 의원은 '한국당의 바람직한 진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한편, 지도부에 "친박계의 준동을 막아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탈당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던 이들은 현재로선 추가 탈당의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탈당은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결국 친박계의 당 장악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낸 수준이다.

'2선 후퇴'를 선언하고도 여전히 목소리가 큰 친박계와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으로 세력이 위축된 비박계가 벌이는 신경전에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성 친박계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당내 친박 성향 의원들이 많은 것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에 "친박계가 '인간적 도리'를 다하는 차원이라고 하니 일단 지켜보겠다"며 "자중자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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