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보복 15일 최대 고비…한국업체들 '긴장 절정'
중국 '소비자의 날', '한국관광상품 판매 중단 시작일'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노골적 '한국·한국기업 때리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특히 15일 '소비자의 날'까지 임박하면서 긴장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등에 롯데 등 한국기업이 거론될 경우, 반한(反韓) 감정과 한국기업 제품·서비스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15일은 중국 당국이 이달 초 자국 여행사들에 공포한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기일이기 때문에 여행·관광·면세업계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 롯데, 15일 소비자고발 '멋잇감'될까 전전긍긍
그 누구보다 큰 불안 속에 15일을 맞는 업체는 롯데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영업정지 상태인 롯데마트 점포들 외에도 롯데의 상당수 중국 현지 사무소, 매장, 생산시설, 건설현장 등이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소방, 위생 등 각종 점검을 이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사드 배치가 속도를 내며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질 경우, 영업이 중단되는 롯데의 중국 사업장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롯데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 전후로 언론 등에 롯데의 상품·서비스 불만 사례가 대대적으로 거론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관영 CCTV(중앙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는 공포의 대상이다.
재계와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사실을 집중 조명하는데, 최근 수년째 주로 해외 브랜드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완후이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예를 들어 2015년에는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수리비 과다 청구와 차량 결함 등이 집중 조명됐고, 앞서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일본 카메라 업체 니콘과 애플 등을 문제 삼았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여러 차례 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돼 진땀을 흘렸다.
2011년 금호타이어의 품질이 비판받았고, 지난해의 경우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외국산 아동용품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상품의 주요 원산지로 태국, 독일, 미국, 터키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됐다.
롯데 관계자는 "예년에도 CCTV는 방송 직전까지 내용을 전혀 노출하지 않아 관련 기업들의 충격이 더 컸다"며 "현재 중국 헤드쿼터를 중심으로 롯데 거론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정보는 없다"고 전했다.
만약 소비자의 날 악의적 보도 등과 함께 '롯데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거나 중국 내 반롯데 감정이 거세질 경우 과거 '티베트 독립 지지' 논란으로 프랑스 까르푸가 중국에서 홍역을 치렀듯, 롯데도 심각한 영업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현지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을 봤는데, 불매운동과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롯데 유통 부문의 중국 사업은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소방·시설 점검 후 지난해 12월부터 중단된 '롯데월드 선양(瀋陽)' 등 대형 프로젝트 공사의 재개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 15일부터 한국관광상품 판매 중단…명동서 중국인 사라질 수도
지난 2일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15일부터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히면서 관광·여행업계도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미 중국인 단체 관광 상품 예약이 끊긴 여행사들이 하나둘 속출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15일 이후 아예 서울 명동 등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모습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신규 (한국관광) 예약이 전혀 없다"며 "4~5월이 한국관광 성수기인데,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70%~80%에 이르는 면세점들도 15일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매출이 계속 늘고 있었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오지 않는다고 하니 걱정이 많다"며 "이미 예약한 중국인 관광객들도 있고 개별관광객도 있으니 15일 이후 중국인 고객 발길이 뚝 끊기지는 않겠지만, 타격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도 "15일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며 "면세점들이 중국 외 지역 관광객들 유치에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15일 이후의 대비책으로 '중국 외 관광객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여행객의 경우 이미 15일 이전부터 줄어들 대로 줄어든 상태"라며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출구를 찾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관광업계가 힘들었을 때 국내 특급호텔들이 내국인 고객 비중을 늘리고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성과 덕에 이번에는 특급호텔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국 외 동남아 등 현지 홍보 활동에 그치지 않고 여행사들이 직접 가서 현지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동남아 등 여행객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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