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18조원 베팅…반도체 거인들 자율주행차 격돌

입력 2017-03-14 11:29
인텔의 18조원 베팅…반도체 거인들 자율주행차 격돌

기술 앞선 엔비디아를 인텔·퀄컴이 M&A로 맹추격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의 거대 반도체회사 인텔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위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서 엔비디아(Nvidia), 퀄컴과 맞붙는다.

인텔은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 회사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 달러(약 17조6천억원)에 인수하기로 13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는 모빌아이의 카메라를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 5G 무선모뎀 등과 결합해 자율주행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빌아이 기술이 자율주행차의 "눈"이 되고 인텔이 "두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자율주행이 2030년에 700억 달러 시장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모빌아이는 자체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바탕을 둔 차량용 카메라와 센서 등 시각 기반의 안전 시스템을 제작한다. 이는 보행자와 자동차, 신호등을 감지해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모빌아이는 27개 자동차 제작사를 비롯해 다른 부품업체 등에 기술을 팔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GM과 닛산, 현대, BMW 등이 있다.

선트러스트의 애널리스트 윌리엄 스타인은 모빌아이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시장의 60%를 차지하며 이 비중은 폴크스바겐과의 계약으로 2년 안에 7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인텔의 핵심 사업인 PC 프로세서 시장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인텔의 데이터센터 시장 지배력도 위협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인텔은 드론과 스마트워치, 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왔다.



반도체회사 가운데는 게임 그래픽 칩 메이커로 주로 알려진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의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파일럿에 엔비디아의 칩이 들어간다.

로센블라트증권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한스 모세스만은 이날 리포트에서 엔비디아가 인텔의 최대 라이벌이 될 것이며 엔비디아의 기술이 인텔과 모빌아이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퀄컴과 인텔 등 라이벌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추격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10월 자동차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 네덜란드 NXP를 470억 달러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도 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을 80억달러에 샀다.

IT 매체 리코드는 퀄컴의 NXP 인수 결정 이후 인텔이 자율주행차 물결을 타야 할 시급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모빌아이 인수금액은 주당 63.54 달러로 이미 높아진 가치에 34%의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이는 인텔의 절박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모빌아이의 2016년 매출은 3억5천820만 달러였다.

인텔은 모바일 물결을 놓쳤고 이를 가상현실과 자율주행 기술 투자로 상쇄하려 하고 있다.

선트러스트의 스타인은 자율주행 반도체에 대해 "반도체산업 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인텔에는 잠재적으로 매우 좋은 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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