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르네상스 산실 피렌체에 지진 날까…문화재 안전 우려

입력 2017-03-14 10:41
이탈리아 르네상스 산실 피렌체에 지진 날까…문화재 안전 우려

WSJ "미켈란젤로 다비드상 가장 취약· 두오모 성당 이미 균열"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최근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 지진 발생이 잦아지면서 르네상스의 산실이자 수많은 역사적 문화재가 있는 피렌체에 지진 위험이 점증하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 내 다른 지역의 지진으로 주요 문화재들이 손상된 바 있는 만큼 만약 피렌체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르네상스 문화를 대표하는 역사적 문화재들이 대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피렌체 대학이 지진 발생에 따른 문화재 파괴 위험성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는 등 피렌체 시와 중앙 정부 문화재 당국이 지진 대비책에 부심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전했다.

피렌체는 시를 상징하는 대성당(두오모)을 비롯해 우피지 미술관, 피티궁전, 아카데미아 미술관, 바르겔로 미술관, 산타크로체 성당, 메디치가의 산 로렌초 성당 등 중세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문화재와 예술품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리히터 규모 3.6의 지진이 시를 뒤흔든 것을 비롯해 인접 지역에서 지진이 잇따르면서 이들 문화재에 대한 보호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지진은 진앙이 피렌체로부터 불과 25마일(40km) 떨어진 곳이었으며 이어 8월에는 피렌체에서 200마일(320km)이 채 못된 아마트리체에서 강진이 발생해 300명이 숨졌다.

이후 올 1월까지 모두 4만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하고 있다. 피렌체는 지진 발생 밀집 지대인 아펜니노 산맥에 인접해 있다.

중세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유명한 대형 돔 지붕이 얹혀있는 대성당은 한쪽 벽면에 발바닥 크기의 균열이 발생한 상태이나 이 균열이 자연적인 것인지, 아니면 지진에 따른 것인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강진이 발생할 경우 성당이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피렌체 성당의 균열을 계기로 이탈리아 내 주요 문화재에 대한 점검 작업과 함께 보존 방법을 둘러싼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의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지난 1997년 피렌체에서 남동쪽으로 불과 100마일(160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아시시 성당의 일부가 파괴됐으며 르네상스의 태동을 알린 화가 지오토가 그린 성당 벽면의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를 그린 프레스코화가 크게 파손됐다.

최악의 상황은 아시시 지진과 같은 것이 피렌체에 발생하는 것이다.

피렌체에 지진 발생 시 가장 취약한 문화재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1507년)이다. 높이 5m 17cm에 무게 6t의 이 대리석상은 이미 지난 2004년에 오랜 세월 탓에 발목에 균열이 발견됐으며 대리석 재질도 단단하지 못해 웬만한 지진에도 파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문화재 당국은 2년 전 20만 달러 상당을 들여 보다 내진성을 갖춘 석상 받침대를 새로 제작할 계획을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바닥이 튼튼하다 해도 다비드상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천정이 무너져 내릴 경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유명 문화재의 경우 그 깊이와 기반 구조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 땅굴을 파악하기 위해 미군이 사용했던 기술장비들도 동원되고 있다.

여기에 수년 전부터 한 건축가의 제안으로 지진 피해로부터 유명 문화재들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새로운 내진 미술관 건설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다비드상을 안전하게 기반으로부터 들어낼 수 있을 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피렌체 시 당국이 문화재 보존 방법에 대한 국제전문가회의 개최를 계획 중인 가운데 각국으로부터 다비드상 보호를 위한 각종 방안이 쇄도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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