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도발에 EU 외통수…'원색적 욕설에 속수무책'
갈등할수록 에르도안 득세…난민협정까지 볼모로 잡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유럽연합(EU)이 '막말 공격'을 퍼붓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반격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에르도안 정권은 현행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 달 16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럽 각국서 개헌 지지 집회를 통해 250만 명에 달하는 유럽 거주 재외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다.
문제는 EU 회원국 대다수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개헌을 우려해 자국 내 개헌 지지 집회를 봉쇄하고 있으나, 이 같은 강경 대응이 오히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역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 EU 관계자는 (갈등의) 확산을 바라는 에르도안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면서 "에르도안은 승리를 거둘 수 있지 불확실한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독일과 네덜란드, 다른 국가에서 표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지난 4년간 유권자들에게 유럽은 신뢰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유럽이 터키 지도부는 달갑게 여기지 않으면서, 쿠르드 민병대의 활동을 허가하는 등 위선을 떤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최근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 터키 당국자의 연설을 불허한 것은 표면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싣는 처사가 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전략적으로 세몰이에 이용하는 가운데 터키와 맺은 난민송환협정도 EU에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EU와 터키는 지난해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는 대신 EU가 자금을 지원하고 유럽 내 터키인에 대한 비자를 면제하기로 했으나, 터키 정부는 유럽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이 협정을 볼모로 삼았다.
외메르 첼리크 터키 유럽연합(EU) 장관은 이날도 난민을 육로로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EU 회원국 중에서도 맏형 격인 독일이 특히 난처한 상황이다.
독일 내에는 약 140만명의 터키 재외 국민이 거주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독일 내 터키 사회에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터키 당국자의 집회 연설을 중단시키라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터키와의 난민송환 협정도 유지해야 하는 처지다.
줄곧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공식화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민주주의, 법치와 같은 자격조건을 지적하는 상반된 모습을 노출해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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