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대통령 자택…미용사 방문하고 꽃다발·난 배달돼(종합2보)

입력 2017-03-14 20:53
박 前대통령 자택…미용사 방문하고 꽃다발·난 배달돼(종합2보)

지지자·취재진 사흘 연속 운집에 주민·상점 불만 고조

중년 여성 2명은 사저 들어가…미용 담당 정송주 원장 추정

'돌연 방문' 김평우 변호사 약속 없이 왔다가 발길 돌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김인철 이승환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 일원이던 김평우 변호사(72·사법시험 8회)가 14일 박 전 대통령의 집을 찾아왔으나 들어가지 못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8시께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 도착했다. 그러나 사전 방문 약속이 잡혀있지 않아 10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을 뵙고 싶다는 뜻을 전해달라고 했으나 만남은 불발됐다.

남색 점퍼에 같은 색 모자를 쓰고 나타난 김 변호사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언론기관은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당신들은 수사하고 재판하는 사람들이라 나는 증인이 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런데도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김 변호사는 기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질문할 권리가 없고 나는 답변할 의무도 없다"며 "한명숙씨가 진술을 거부했죠? 저도 진술을 안 하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손에 갈색 서류봉투와 접힌 A4 용지, 검은색 수첩을 쥐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A4 용지에는 '초청 인원: 조갑제…'와 같이 2∼3명의 사람 이름이 적혀있었다.



앞서 오전 7시 30분께 중년 여성 2명을 태운 택시 1대가 경비경력을 뚫고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진입했다. 두 여성은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에서 택시를 잡았다고 한다.

택시 운전기사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승객 중 한 명이 차량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며 "왜 그런 것을 알려달라느냐고 물으니 박 전 대통령 사저에 들어가려면 필요하다고 하더라. 번호를 알려주니 어디론가 전화해 번호를 일러줬다"고 전했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두 사람은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으며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운전기사는 전했다.

두 여성 가운데 한 명은 박 전 대통령의 머리 등 미용을 담당해온 정송주 T미용실 원장이라는 이야기가 취재진 사이에서 나돌았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집 안에는 배선작업과 케이블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들어가 집안 수리를 이어갔다. 집 밖에서는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태극기를 휘두르며 박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담벼락에는 '건강하세요', '힘내세요', '진실은 밝혀집니다'와 같이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놓을 수 있게끔 하드보드지 십여 개와 장미꽃, 태극기가 붙어있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지지자들이 꽃다발과 난을 보내오자 경호인력을 통해 집 안으로 배달됐다. 지지자 나은진(63)씨는 화이트데이를 기념해 사탕을 택배로 보내려 했으나 반송됐다.

자택 앞에 한 달간 집회신고를 한 '박근혜지킴이결사대'는 기자회견을 하고 "분해서 술 먹고 오신 분들이 전날 소리 지르고 했는데 이해한다"면서도 "아무리 억울해도 술을 마시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들은 "집회의 좋은 취지와 의미를 희석하는 행동을 하는 참가자는 경찰에 인계하겠다"거나 "집회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만 하겠다"는 내용의 자체 규칙을 마련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청와대 문건이 담긴 태블릿PC를 처음 보도한 JTBC 취재차량이 나타나자 지나가지 못하게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도 모습을 종종 드러냈다. 이날 오전 수원에서 올라왔다는 김창호(64)씨는 사저 앞에서 '이게 나라다. 이게 정의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박근혜는 나와라, 이제 구속이다"라고 외치다 경찰에 격리당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집으로 돌아온 이달 12일부터 사흘 연속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장사진을 치자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초등학교가 옆에 있다 보니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저 맞은편에서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지지자, 기자, 경찰 때문에 차가 들어올 길이 막혀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장사가 안돼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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