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유엔보고관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 인종청소 목적"(종합)

입력 2017-03-14 10:09
이양희 유엔보고관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 인종청소 목적"(종합)

(제네바·방콕=연합뉴스) 이광철 김상훈 특파원 =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13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총회에서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이 인종청소를 목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에 임명된 이양희 보고관은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을 영토에서 완전히 몰아내려 한다는 것을 여러 증거가 보여주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국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즉결처헝, 고문, 감금, 강간 등 인권탄압에 시달려왔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10월 서부 라카인주(州) 마웅토 등의 국경 검문소가 무장 괴한의 공격을 받아 경찰관 9명이 죽자 로힝야족 무장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역청소작전'으로 이름 붙인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나섰다.

로힝야족 난민과 인권단체는 이 과정에서 군인들에 의한 집단 학살과 성폭행, 고문, 방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피해 인근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인원만 7만5천명에 달한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일축해왔으며, 정부가 구성한 조사위원회 역시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은 조사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달 초 보고서에서 미얀마의 로힝야족 인권탄압이 '전쟁범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관은 "현재 상황이 과거 어느때보다 나쁘다"며 "(조사 과정에서) 로힝야족 집단 무덤이 발견됐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조사위원회를 꾸려 강도 높은 실태 조사에 착수해야 하지만, 이사국들이 이런 대대적인 조사에 대한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게 이 보고관의 지적이다.

그는 총회 출석후 기자들과 만나 "(인권이사회 차원의) 조사위 구성에 대한 지지가 미미하다. 이사국들은 조사위 구성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아웅산 수치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달 말 총회 종료 전 조사위원회를 꾸릴 수 있지만 주요 이사국들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문민정부가 아직 막강한 군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조사위원회 구성을 공식 지지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영국은 국제사회가 미얀마 문민 정부에 충격을 주지 않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관은 최근 인종청소 주장의 현장인 미얀마 라카인주와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촌을 방문조사했지만, 미얀마 정부 등의 비협조로 제한적인 조사만 진행했다.

이 보고관은 현장조사 후 BBC와 인터뷰에서 "미얀마군과 국경수비대, 경찰에 의해 명백한 반인권 범죄가 자행됐다"면서 "결국 미얀마 문민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끔찍한 고문과 비인권적 범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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