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방한금지 D-1] 항공기·크루즈 운항 줄고, 보따리상까지…

입력 2017-03-14 10:10
수정 2017-03-14 10:52
[유커 방한금지 D-1] 항공기·크루즈 운항 줄고, 보따리상까지…

제주 8월말까지 크루즈 관광객 36만명 취소할 듯…중국자본 평창 투자도 멈칫

한국 투자 중국 상공인들 유커 안 와 휴·폐업 몸살…제주 중국계 콘도 분양 저조

(전국종합=연합뉴스)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 분위기가 고조되자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로 넘쳐나던 전국의 관광지와 특색 거리가 썰렁하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추진에 따라 지난해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 또는 제한령)으로 유커의 증가세가 주춤하더니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 조치가 알려진 이달 초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관광객으로 붐비던 제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에는 13일 오후 관광객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내국인 관광객들만 듬성듬성 성산일출봉을 탐방하거나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성산일출봉은 유커의 제주 관광 상품에 거의 포함되는 대표적 자연 관광지다.

제주의 쪽빛 바다와 함께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은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 풍경으로 유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날이면 너른 주차장에 대형 버스가 꽉 들어찼고 탐방로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입구에서 음식을 파는 봉모(56)씨는 "이달 1일을 기점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더니 현재는 거의 보이지 않는 실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내국인 관광객이 간혹 음식을 사 가는 것 외에 유커가 없어 하루하루 적자를 본다고도 했다.

주변의 유커 대상 음식점도 역시 한산했다.



올들어 이달 12일까지 성산일출봉은 찾은 유커는 1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5천명에 견줘 23% 감소한 수치다. 하루 3천 명 안팎으로 성산일출봉을 찾던 유커가 이달 들어 1천 명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제주 속의 작은 중국으로 불리며 중국인들로 붐볐던 제주시 '바오젠 거리'도 유커를 찾아보기 어렵다.

비수기인 겨울철이 지나 봄이 오면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을 것을 기대하던 상인들은 오히려 매출이 줄어 걱정이 태산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도 유커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유커들을 태운 관광버스 행렬이 줄을 잇던 차이나타운 일대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물론 싼커(개별 관광객)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차이나타운의 한 음식점 업주는 "매일 평균적으로 40∼80명가량의 유커가 음식점을 찾았는데, 지금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사드 보복이 현실화한 지난해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 중구 일대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5년 1만8천 명에서 지난해 9천800명으로 이미 반 토막 났다.



강원지역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도 썰렁하기 그지없다.

점심시간이면 깃발을 든 관광 가이드를 따라 우르르 몰려든 유커들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상인 이모(50)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폐업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커 급감은 관광업, 유통업, 항공업, 뷰티업에 이르기까지 피해가 확산됐다. 중국의 한국 옥죄기와 반한 분위기로 수출기업도 애로를겪는 등 전방위 경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중국 전담 여행사 등 30개 여행사에서 항공편으로 오는 11만7천668명의 유커가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제주와 중국 23개 도시를 직항으로 연결하는 항공편 주 159편(출·도착 기준) 가운데 14개 도시로 오가는 주 86편(〃)의 운항이 중단되거나 감편될 예정이다.

크루즈선은 8월 말까지 제주 기항 예정 625차례 중 157차례가 취소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1척이 1회 기항할 때마다 평균 2천300명의 유커가 타고 온 점을 고려하면 이들 크루즈의 운항 취소로 약 36만1천여 명이 제주에 오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커가 주로 이용하는 인천∼톈진 항로의 경우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2차례 카페리가 운항하는데, 16일 톈진항을 출발해 17일 인천항 입항하는 배에는 현재까지 예약자가 단 한 명도 없다.

13일 오후 인천항에 들어온 인천∼톈진 카페리도 여객정원 800명의 65%에 불과한 516명이 승선하는 데 그쳤다.

해당 선사 관계자는 "그동안 톈진에서 승선한 중국인 승객은 대부분이 단체 관광객이었고 만선이었던 적도 많다"면서 "여객이 거의 없는 상태로 화물만 운송하는 사태가 한동안 계속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부산항의 중국발 크루즈 기항도 단체 관광 전면 금지 기점인 15일부터 6월 말까지 90척이 추가로 취소될 전망이다.

올해 31척의 외국 크루즈선이 261회에 걸쳐 부산항에 기항할 계획이었으나 새해 벽두부터 2월까지 3척의 37회 기항이 취소됐다.

강원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우선 중국의 강원도 투자사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 상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현안인 알펜시아를 매각하고자 지난해 2개 중국기업과 협약을 했지만, 사드 논란 이후 협상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강릉 정동진 일원에 계획한 '차이나드림시티' 조성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중국기업이 평창올림픽에 맞춰 4천873억원을 투자해 총 948개 객실을 갖춘 숙박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해 6월 인허가 절차를 마쳤으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착공이 미뤄져 사실상 2018년 1월 완공 계획은 무산됐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부메랑이 돼 중국 투자자들에게도 타격을 줬다.

평택·당진의 평택항 소무역(보따리상) 연합회는 중국 세관이 13일 자로 입항하는 한중 카페리 선박의 보따리상 물품을 통관시켜 주지않겠다고 통보했다.

평당항을 이용하는 소무역 상인들의 승선 거부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곧바로 선사들의 운영적자로 이어져 장기화할 경우 운항정지 등 한중항로 정상화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평당항에서는 르자오(日照)·옌타이(煙臺)·웨이하이(威海)·롄윈강(連雲港) 등 4개 한중 카페리 항로를 운항 중이다. 항로마다 500여 명씩 2천여 명의 보따리상이 활동하면서 1인당 왕복 12만원 정도의 뱃삯을 지불하고 있다.

선사는 보따리상의 뱃삯 5천만∼6천여만원으로 한중항로 기름값 등 선사 기본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어 보따리상이 승선하지 않을 경우극심한 운영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홍콩 자본의 람정제주개발은 중국인을 겨냥해 지난해 4월부터 제주신화역사공원 R지구 내 콘도 450여 실에 대한 분양에 나섰으나 정작중국인이 분양받은 비중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고조되는 것으로 비쳐 중국으로 가려던 국내 해외 여행객들도 동남아시아나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제1 고객인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생긴 것이다.

고승익 제주도관광협회 마케팅국장은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중 절반가량이 한국과 가까운 중국을 선택해 왔으나 중국 내 반한 감정으로 이들 내국인이 동남아시아나 국내 여행지 중 제주로 목적지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서 조정호 신민재 김형우 고성식 기자)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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