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극우당, 남부 첫 집회서 호된 신고식…폭력시위로 아수라장

입력 2017-03-13 19:24
伊극우당, 남부 첫 집회서 호된 신고식…폭력시위로 아수라장

나폴리 시장, 폭력 조장 시위 논란…정부 "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에 기반을 둔 반(反)이민, 반 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정당 북부동맹(NL)이 전국 정당으로의 확장을 노리며 사상 처음 로마 이남의 남부에서 개최한 첫 대규모 집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11일 이탈리아 남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도시 나폴리는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NL의 집회를 앞두고 그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격렬한 시위와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의 충돌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나폴리 시민 약 200여 명은 과거 북부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나폴리를 포함한 남부를 비하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살비니 대표가 나폴리에서 세력 확장을 위한 집회를 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도심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모자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일부 세력의 주도로 시위는 돌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폭력 시위로 변질됐고, 경찰은 이에 물대포로 대응하며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주차된 자동차와 쓰레기통이 부숴지고, 불에 타는 등 나폴리 도심은 아수라장이 됐다.

살비니 대표는 시위가 정리된 뒤 지지자들에게 "호화로운 다른 도시와 달리 '진짜배기' 삶이 있는 나폴리 주변부에 와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나폴리 방문을 저지하려 한 루이지 데 마지스트리스 나폴리 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파 성향의 무소속 시장인 데 마지스트리스는 이번 NL의 집회 전 살비니를 '외국인 혐오증이 있는 파시스트'라고 규정하며 그가 나폴리에서 연설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살비니 반대 시위대를 독려한 바 있다.

살비니 대표는 "지금까지 나폴리에서 이런 난장판이 벌어진 적이 없다. 최악은 이번 일이 시장의 지지 아래 벌어졌다는 점"이라며 "데 마지스트리스는 나를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는 대신 스스로 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비록 차별적인 주장을 하는 극우정당의 대표일지라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12일 "어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며 "모든 사람들이 말할 자유를 갖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우리 자신의 견해와 극단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표현의 자유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이번 일은 데 마지스트리스 시장이 좌파 진영의 폭력적인 비주류를 선동해 초래된 것이라며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데 마지스트리스 시장은 "나는 결코 폭력을 지지한 적이 없다"며 "권력에 의해 배신 당한 나폴리 시민들 편에 서려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롬바르디아, 피에몬테, 베네토, 리구리아 주 등 산업이 발달하고, 소득 수준이 높은 북부에 지지 기반이 국한된 NL은 과거 북부가 일군 부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남부에 흘러 들어가는 것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북부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2013년 살비니가 대표가 된 이후 전 세계를 휩쓰는 우파 포퓰리즘의 열풍에 편승해 전국 정당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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