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에스콰이어·힐리스…쓰러졌다 다시 일어선 브랜드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패션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와중에도 오히려 과거의 부진을 털고 비상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1977년에 설립된 패션브랜드 '톰보이'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40년의 전통이 있는 브랜드다. '말괄량이'(톰보이)라는 브랜드명처럼 보이시하고 재기발랄한 룩을 선보여 여성들의 인기 브랜드로 자리잡았었다.
2008년부터 실적이 악화된 톰보이는 2010년 7월 최종 부도 처리되는 시련을 겪었으나 2011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되면서 재도약에 성공했다.
매출은 2012년 190억원에서 지난해 960억원으로 무려 5배 이상으로 뛰었고, 올해는 매출 1천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에 중성적이고 보이시했던 느낌을 벗고 세련되면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내세운 것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각종 아트프로젝트를 전개하며 문화적으로 충만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지난해 '톰보이'의 브랜드명을 '스튜디오 톰보이'로 바꾸면서 로고부터 브랜드 컨셉, 제품 라인 등 모든 것에 변화를 줬다"며 "스튜디오 톰보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우리나라 여성 캐주얼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의류 쪽에서 재기에 성공한 대표 주자가 톰보이라면 제화 쪽에는 에스콰이어가 있다.
57년 역사의 국내 중견 제화업체 에스콰이아는 2000년대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최근까지 힘든 나날을 보냈다.
경영난으로 2009년 사모펀드 H&Q 아시아퍼시픽코리아에 약 800억원에 매각돼 새 주인을 맞았으나 고루한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
형지는 2015년 에스콰이어를 인수한 후 제화 명가였던 에스콰이어를 '대한민국 대표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려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디자이너를 새로 영입해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대중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매장 수를 늘려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덕분에 에스콰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873억원으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올해 목표는 1천300억원이다. 유통점도 2015년 대비 52% 늘어난 278개에 달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 중에서는 구찌의 질주가 눈에 띈다.
한때 전 세계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진부한 디자인 때문에 오랜 기간 정체 상태였던 구찌는 2015년 마르코 비자리와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최고경영자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면서 변신했다.
한동안 성장하지 못하던 구찌의 매출은 2015년 38억9천800만 유로(약 5조1천460억원)를 기록해 2014년 34억9천720만 유로(약 4조6천174억원)보다 11.5% 늘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12.3% 증가한 43억7천800만 유로(약 5조 3천582억원)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구찌의 '잇아이템'인 꿀벌·하트·뱀·무당벌레 등 자수가 포인트인 '에이스 스니커즈'와 가방 일부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구찌 스타일을 닮은 브랜드 제품들이 많이 등장하자 이를 일컫는 'x찌', '구찌맛' 등의 단어도 등장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젊은 감각의 미켈레 디렉터가 구찌의 상징인 로고와 원색을 대담하고 세련되게 사용해 제품을 디자인한 것이 소비자들 취향에 들어맞았다"고 구찌의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바퀴달린 신발 '힐리스' 또한 10여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힐리스 공식 수입회사인 토박스코리아는 지난해 2월 미국 힐리스사로부터 1만 족을 수입해 3개월 만에 모두 팔았다.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 1∼2월에는 한 달에 평균 7천 족 이상씩 팔았다.
힐리스의 인기는 문화·유통계에서 불고 있는 복고바람의 영향으로 10∼20년 전 유행했던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아동 및 청소년들이 사이에서 새로이 '붐'이 일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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