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에 '원전사고' 슬쩍 뺀 日아베, 후쿠시마 주민에 '혼쭐'
후쿠시마현 지사·주민 "사고는 현재 진행형" 비판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동일본대지진의 추도식에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라는 표현을 슬며시 뺐다가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우치보리 마사오(內堀雅雄) 현지사는 아베 총리의 지난 11일 추도사에 '원전사고'라는 표현이 빠졌다는 비판이 후쿠시마현민과 피난자들 사이에서 이어지자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총리에게 작심한 듯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우치보리 지사는 "아베 총리가 동일본대지진의 추도식에서 일었던 추도사에 '원전사고'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함이 느껴진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재해"라며 "원전사고, 원자력 재해라는 무겁고 중요한 단어를 빼먹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도쿄 국립극장에서 열린 정부 추도식에서 "새로운 지역 사회 형성 등 피해 지역의 부흥을 위해 끊임없는 지원을 하고 방재 대책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며 부흥에 방점을 둔 추도사를 하면서 끝내 원전사고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2011년 대지진 이후 매년 개최하고 있는 추도식에서 '원전사고'라는 표현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추도식에 아키히토(明仁) 일왕 대신 참석한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 부부가 후쿠시마의 좋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며 피난자들에 대한 공감을 표현한 것과 대비된다.
그는 "방사선량이 높아서 아직도 귀환의 전망조차도 서지 않은 지역 사람들의 기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깊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추도식에서 '원전사고'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원전사고 후 정부 대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추도사를 통해 재난피해지역의 인프라가 거의 복구됐으며 후쿠시마의 피난지시도 순차적으로 해제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부흥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만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서둘러서 후쿠시마 지역에 내려진 피난 지시를 해제하고 주민들의 복귀를 유도하고 있지만, 피난 간 주민의 대부분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집계 결과 피난지시가 해제된 지역의 주민 5만2천370명 중 귀환했거나 귀환 예정이 있는 사람은 7.9%(4천139명) 뿐이었다. 원전사고 주요 피해지역인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3개 지역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아직도 12만3천명이나 된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