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교수 "새 정부는 경제만 정상화해도 성공"

입력 2017-03-13 14:30
이준구 서울대 교수 "새 정부는 경제만 정상화해도 성공"

"불확실성 강해…큰 틀 뜯어고칠 욕심 버려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박근혜 정부에 이어 집권할 새 정부는 "경제를 정상으로 되돌리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재정학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3일 서울대 한국정책지식센터와 한국행정연구소가 주최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 경제정책' 포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이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성향을 지닌 정부가 진보적인 프로그램을 내걸고 당선돼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창조경제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애매한 구호도 (경제의) '예측 불가능성'을 크게 했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는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면서 "정경유착구조의 혁파가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인데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 유착의 고리는 더 단단해졌다"고도 비판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인 '초이노믹스'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초이노믹스로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을 부르짖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없다"며 "4년간 야당과 국회가 반대만 한다며 원망했지만 이를 돌파할 전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한국경제를 묘사하는 키워드로 '불확실성'을 제시했다.

불확실성을 만드는 요인으로는 국내에서 탄핵정국의 후유증, 국외에서 브렉시트·트럼피즘으로 상징되는 반(反)세계화·반자유무역 흐름과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등을 꼽았다.

특히 이 교수는 "해외신용평가기관은 탄핵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돼 한국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을 되찾을 것이라고 한다"면서 "이는 탄핵이 기각됐을 때보다 안정적이라는 것이지 탄핵 같은 일이 전혀 없었을 때의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 새 정부의 역할은 "불확실성으로 매우 제한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큰 틀을 뜯어고칠 욕심을 버리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미세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5년 임기에 우리 경제를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새 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하게 될 거 같은데 차라리 잘됐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수위를 보면 이것저것 다 뜯어고친다고 사회에 혼란만 가져오고 실제로 한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새 정부가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으로 이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교육, 사회복지, 조세제도 등을 꼽았다.

그는 "투자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이라며 "경제민주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를 완성하면 불확실성이 제거돼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법인세율을 25% 수준으로 원상회복해야 한다"면서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학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종합부동산세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로 "부동산세는 개인의 선택을 교란하는 정도가 세금 중 가장 작아 성장에 친화적"이라는 점을 들고 "가시성이 높은 세금이다 보니 조세저항이 강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부동산세 강화를 조세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본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