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성장 원하는 트럼프 vs 경제 과열 걱정하는 연준
트럼프 경기부양 공언했지만 옐런은 인플레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서서히 충돌을 향해 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는 빠른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중앙은행인 연준은 경제 활동이 과열되는 것을 억제하겠다고 시사해왔다.
지난 10일 나온 미국의 견조한 2월 고용 통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자신이 약속한 빠른 경제성장으로 가는 첫 단계일 수 있지만, 옐런 의장에게는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때가 왔다는 최종 확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연준은 1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트럼프 취임 후 과열 억제 방향으로 처음 움직일 계획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거의 확정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올해 4차례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금융시장의 연초 예상보다 연준이 몇 달 빨리 움직이는 것은 경제가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지속해서 상승세다. 일자리가 늘고 임금도 올라가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은 낙관적이다.
연준은 경제가 이미 지속가능한 최고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연준은 올해 경제가 2.1% 성장할 것이라고 지난해 말 예상한 바 있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1.8%보다 다소 높다. 연준은 15일 새로운 전망을 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속도보다 빠른 성장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더욱 빨리 올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 경우 자주 경기침체가 일어난다.
공화당의 스티브 피어스 하원의원이 지난달 청문회에서 연준이 조속한 금리 인상으로 빠른 성장을 억제할지를 물었을 때 옐런의 답변은 신중했지만 사실상 "그렇다"였다.
옐런 의장은 빠른 성장이 경제의 근본적인 개선을 반영한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빠른 성장을 상쇄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연준의 경제전망은 매우 다르다.
트럼프는 경제가 극도로 암울하다고 강조하면서 다시 경제를 성장시키고 번영을 가져오기 위해 자신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0일 CNBC를 통해 일자리 증가가 몇 달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은 일자리 증가 속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실업률은 지난해 5월 5% 밑으로 떨어졌다. 신규 일자리는 그때부터 매월 평균 21만5천개가 늘었는데 이는 인구 증가분을 따라가는데 필요한 것의 2배 이상이다.
이런 빠른 속도는 경제에 좋지만, 문제는 얼마나 지속할지다.
이미 노동시장에는 일자리가 구직자보다 더 많다는 신호가 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텍사스의 주택건설 부문 고용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가까우며 숙련 노동자는 공급이 달린다고 발표했다.
미국 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자들의 82%는 노동비용과 인력 확보가 주된 걱정이라고 답했다.
옐런과 다른 연준 위원들은 여러 경제적 문제를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경제 활동 참가율은 낮고 생산성 향상은 미진하다. 중위소득 가구는 소득 증가 혜택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연준의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연준 위원들은 생각한다.
옐런은 이달 시카고 연설에서 "통화정책은 실질 GDP 증가율을 장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적인 혁신을 일으키거나 인구 연령대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미국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향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과 의회가 재정정책으로 이런 근본적 요인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역할에 대해 '한창 파티 중에 펀치 그릇을 치운다'는 과거 한 연준 의장의 유명한 말이 있다.
연준은 좋은 시절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정치인들의 화를 돋운 오랜 역사가 있다고 NYT는 전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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