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검사장 '기습' 해고에 추측 분분…정권 부패수사 탓?

입력 2017-03-13 10:51
수정 2017-03-13 14:39
트럼프의 검사장 '기습' 해고에 추측 분분…정권 부패수사 탓?

"한국계 검사장 직무대행이 수사 이어갈 것"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남부지검의 '스타 검사' 프리트 바라라(48) 연방검사장을 갑작스럽게 해고한 것을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지난해 11월에 한 유임 약속을 불과 몇 달 만에 뒤집은 것은 바라라 검사장이 트럼프 정권을 겨냥한 부패 수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바라라 검사장은 해임 소식을 전한 지 하루 지난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모얼랜드 위원회'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제 알겠다"고 썼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2013년 구성한 '모얼랜드 위원회'는 뉴욕의 공직 부패를 주로 수사하던 위원회로, 이듬해 해체됐다. 당시 위원회의 수사 칼날이 쿠오모에게 향하자 이를 막기 위해 해체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위원회 해체 이후 쿠오모 주지사의 수사 개입을 조사한 바 있던 바라라 검사장이 갑작스럽게 모얼랜드 위원회를 언급한 것은 자신이 해임된 이유가 당시 위원회 해체 이유와 유사한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매체 더힐은 "바라라의 트윗은 트럼프를 향한 잽"이라며 "바라라 검사가 트럼프 정권의 부패 의혹을 수사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고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이날 트위터에서 "공화당, 민주당 모두 여야과 월스트리트에 두려움 없이 맞선 바라라 검사장을 존경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고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런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에서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수사하지 않을 길들여진 검사들을 원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라와 가까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최근 관계가 틀어져 '보복성'으로 해임했다는 설과, 바라라가 트럼프가 '아끼는' 폭스뉴스 수사를 감독하고 있어 해임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수사 내용이 무엇이든 바라라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해임이었다면, 바라라 경질만으로 진행 중인 수사를 막기는 힘들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라라 검사장의 해임이 뉴욕 남부지검이 진행 중인 수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직무대행으로서 빈자리를 채우게 될 한국계 준 김(45·한국명 김준현) 부검사장이 바라라 검사장의 오랜 동료이자 가까운 친구이기 때문이다.

2000년 남부 지검에 함께 합류한 김 부검사장과 바라라 검사장은 지척에 앉아 자주 술 한잔 하러 다녔고 가족끼리도 친하게 지내온 사이로, 로펌으로 나가 있던 김 부검사장을 2013년 다시 지검으로 불러온 이도 바라라였다.

당시는 바라라가 뉴욕 공직자 부패 수사를 본격화하던 시점으로, 김 부검사장도 이후 이 수사에 관여했다.

뉴욕 남부지검의 한 관계자는 WSJ에 "혼란을 최소화한 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검찰 업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바라라의 후임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몸담았던 로펌 그린버그 트라우리그 소속의 마크 뮤케이지 변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도 가까운 마이클 뮤케이지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기도 하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