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미, 러시아 악마 취급해…관계개선 약속 지켜라"(종합)
푸틴 대변인 CNN인터뷰…"클린턴측도 러 대사 만나, 선거관련 만남 아냐"
"미-러 첫 정상회담 7월 獨 G20 때가 유력…대러 제재 해제 먼저 요구않을 것"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미국이 대선 개입 주장을 통해 러시아를 '악마' 취급하고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관계개선 약속을 지키라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공보비서(공보수석)는 12일(현지시간) CNN의 'GPS' 프로그램에 출연,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일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페스코프는 지난해 치러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우려고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느냐는 물음에 "답은 매우 간단하다.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 대선의 러시아 개입을 가정하는 사람은 "러시아를 악마로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상황을 단순화해 바라보는 자들에 불과하다면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에 러시아가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페스코프는 이에 "우리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국내·외 업무에 어떤 외부인도 개입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는 현재 미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에도 유감을 표시했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이 대선 기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 정부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페스코프는 키슬랴크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와의 만남에서 "양자 관계를 놓고 얘기를 나눴다"며 해외에 있는 러시아 대사들의 통상적인 업무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키슬랴크 대사가 미 대선 기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측 인사들과도 만났느냐는 물음엔 모호한 답변이 나왔다고 CNN은 전했다.
페스코프는 "힐러리 클린턴과 연관된 몇몇 사람들을 보자면 그(키슬랴크 대사)는 그런 유형의 모임을 많이 가졌다"면서 다만 "선거와 관련한 만남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키슬랴크 대사가 트럼프 캠프는 물론 클린턴 측과도 만났지만, 선거와는 무관한 것이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반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실용적인 면을 발견했으나 양자 관계의 우려감도 느끼고 있다고 페스코프는 전했다.
페스코프는 지난 1월 말 이루어진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 사실을 소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실용주의적이다. 그는 많은 문제에서 러시아에 동의하지 않지만 러시아와 대화를 해야 하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스코프는 지금으로선 양자 관계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러시아와 미국 같은 나라가 지역과 세계 문제를 두고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양국 대화를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전화통화에서 양국이 동등한 입장에서 관계를 개선하고 시리아 문제 해결 등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하기로 동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힌 바 있다.
미-러 정상 간 첫 회담 시기와 관련 페스코프는 오는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이 유력하나 그 이전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미국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제재에 대해 "우리가 먼저 미국에 제재 해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푸틴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밝힌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러 제재 해제 문제는 미국 측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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