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사저 도착한 박 전 대통령…"사랑합니다" 지지자 연호
밝은 표정으로 사저 복귀…헌재 결정에는 언급 없이 짤막한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저녁 밝은 표정으로 사저로 들어갔다.
탄핵 선고 이틀만인 12일 오후 7시 38분께 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은색 에쿠스 차량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사저부터 봉은사로까지 골목길 200여m를 가득 메웠다. 태극기를 흔들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던 지지자들을 향해 박 전 대통령이 차 안에서 손을 흔들자 골목길은 금세 울음바다가 됐다.
"너무 억울해!"하고 한 지지자가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음성도 곳곳에서 섞여 들렸다.
남색 코트 차림에 평소처럼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환하게 웃으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허태열, 이병기, 이원종 등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3명과 민경욱 전 대변인, 전광삼 전 춘추관장 등 전직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그를 맞았다.
김진태, 민경욱, 윤상현, 조원진, 박대출, 서청원, 최경환, 이우현 등 자유한국당의 '진박' 의원들과 손범규 전 의원도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박 전 대통령은 도열한 이들 인사와 하나하나 악수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누고서 사저 안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안으로 들어가자 민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신 전달하겠다"며 취재진 앞에 섰다. 파면 뒤 이틀 만에 나온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민 의원은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라는 짤막한 입장을 대신 내놓았다.
지지자들은 계속 남아 '탄핵 무효!'를 외쳤다. 곳곳에서 탈진한 지지자들이 쓰러지는 모습도 보였다.
사저 안팎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주인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오전 6시 40분께 나타난 장판을 교체하는 인부들을 시작으로 대형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인터넷 설치기사 등이 사저에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사저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한 지지자 수백명은 오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했고 정오쯤이 되자 사저 앞 골목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쥔 이들로 가득 찼다.
오후 4시께에는 경찰 추산 800여명에 달하는 지지 인파가 운집했다. 경찰은 의경 11개 중대와 강남경찰서 경찰관 등 총 1천100여명의 경찰인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부동산을 한다는 이종삼(64)씨는 오전 9시 45분께 아내와 함께 사저를 찾았다. 지지자 중에는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배신감을 느낀다"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이 편향된 보도를 한다는 불만에 가득 찬 지지자들은 취재진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욕설은 기본이었고, "너네 때문에 나라가 망했어"라며 방송사 카메라를 빼앗으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몇몇은 사저 맞은편 건물 옥상에 자리잡은 카메라를 끌어내리겠다며 들어가려다 경찰에 붙들렸다.
사다리에 올라있는 방송 카메라 기자를 무턱대고 잡아당기는 등 물리적인 공격도 감행했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출발 예정 시각으로 알려졌던 오후 6시께가 되자 사저 앞에서 봉은사로까지 골목에 지지자들이 가득 찼다. 골목 초입에서 통제에 나선 경찰과 지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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