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좌우 진영, 현 총리 4선 저지 공감 확산
내년 총선 대항마 잇따라 등장…총리 주도 정책도 계속 좌절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럽 보수 우파의 대표 정치인 중 한 명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좌우 진영 모두에게서 거센 공격을 받아 네 번째 총리직에 오르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AFP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헝가리는 13일 의회에서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선출한다. 야노시 아데르 현 대통령은 5년전 오르반 총리의 지지를 업고 단독 출마해 당선됐는데 이번에는 야당 단일 후보인 라즈로 마즈테니와 경쟁해야 한다.
여당 피데스가 의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아데르 대통령은 이변이 없는 한 연임할 전망이다.
대학교수이자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인 마즈테니는 정치적 신망이 높은 인사로 사회당과 다른 5개 좌파 성향의 군소 정당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6개 정당의 의석을 합해봐야 44석밖에 안 되지만 이들 정당이 단일 후보를 낸 것은 처음이다.
정치평론가 차바 토드는 "분열된 야권이 단일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야권이 내년 총선에서 사회당이 총리 후보로 지명한 라요시 보트카를 지지할지도 관심사다. 헝가리 제3의 도시 세게드의 시장인 그는 야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트카의 지지율은 오르반 총리와 막상막하를 보인다. 야당 지지율이 낮아 그가 얼마나 오르반 총리를 위협할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야권이 연대해 그를 공식 지지한다면 강력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극우 정당인 요빅(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의 가보르 보나 대표는 좌파 야당 단일 후보가 실패했을 때 오르반 총리를 위협할 수 있는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38세의 젊은 정치인인 그는 유대인 커뮤니티를 이끌기도 했고 '극우'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언론을 통해 "요빅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에는 이민을 제한하려는 오르반 총리의 법안을 당론으로 반대해 부결시키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여당인 피데스는 무난히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에는 여당과 정부가 추진했던 부다페스트 올림픽 유치가 청년 유권자 단체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여당의 정책이 좌절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난민 할당을 거부하자며 제안했던 국민투표가 낮은 투표율로 부결됐다.
오르반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면 그는 2002년 사회당에 패했을 때를 제외하고 1998년 이후 네 번째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정치평론가 페터 크레코는 "오르반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정적이 없었다는데 기반을 두고 있다"며 "최근에는 그의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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