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팬들, FA컵 8강전 앞두고 "벵거 감독 퇴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팬들이 아르센 벵거(68) 감독 퇴진 운동을 본격화했다.
아스널 팬들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를 본떠 벵거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벡시트(WEXIT)' 운동까지 펼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2일(한국시간) "아스널 팬들이 링컨 시티와 2016-2017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 승리에 앞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까지 벵거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며 행진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8일 치러진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아스널이 1-5로 대패하자 경기장 주변을 돌며 "벵거 감독, 당신이 구단을 죽였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펼친 팬들은 이날 FA컵 8강전을 앞두고 '2차 시위'에 나섰다.
벵거 감독의 퇴진을 외친 아스널 팬들은 '아스널FC는 아르센FC가 아니다', '벵거 아웃', '모든 좋은 이야기도 끝은 있다', '교체의 시간', '벡시트'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에미레이트 스타디움까지 행진을 펼쳤다.
특히 이날 시위에서는 '브렉시트'를 패러디해 벵거(Wenger) 감독의 이름과 퇴출(Exit)을 합성한 '벡시트(Wexit)'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996년 10월 1일 아스널의 지휘봉을 잡은 벵거 감독은 지난 21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3회 우승, FA컵 6회 우승, FA 커뮤니티실드 6회 우승 등 뛰어난 성적표를 받아들며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들어 웽거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성적 부진은 물론 선수들과 불화설이 불거지면서 퇴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팬들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무려 1-5로 무너지자 마침내 폭발하며 '벵거 감독 퇴진'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날 FA컵 8강전을 앞두고는 거리 시위까지 펼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웽거 감독의 임기는 올해 여름까지다. 이 때문에 아스널 구단도 웽거 감독과 재계약을 놓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가운데 팬들의 퇴진 운동이 벌어져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웽거 감독 역시 앞서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팬들의 의견이 아스널 잔류에 큰 요소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내놨고, 이에 구단도 "벵거 감독과 상호 협의해서 적절한 시기에 재계약 여부를 발표하겠다"라며 신중한 자세를 지켰다.
영국 언론은 앞서 아스널이 웽거 감독과 2년 재계약에 합의했다는 보도를 내놨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웽거 감독은 팬들의 요구와는 달리 아스널에 계속 남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는 링컨시티와 FA컵 8강에서 5-0으로 완승하고 나서 BT 스포트와 인터뷰에서 "최근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 내 거취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라며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팀을 이끌었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아스널에 충성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웽거 감독은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 내 일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나는 다음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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