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놓고 백악관 '내홍'…나바로 등 강경파 기세 꺾여

입력 2017-03-11 11:39
보호무역 놓고 백악관 '내홍'…나바로 등 강경파 기세 꺾여

FT "트럼프 행정부 내 자유무역주의 목소리 점차 커져" 분석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했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자유무역주의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11일 FT에 따르면 백악관에서 벌어진 이 '내전'에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강경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반면, 골드만삭스 출신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온건한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한 나바로 위원장이 있다. 이 발언으로 다음 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미국 방문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콘 NEC 위원장은 나바로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 등을 이용해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행정부 내에서 세력을 모으고 있다.

NEC 내에서 국제무역 부문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게 될 앤드루 퀸도 콘 위원장이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위한 수석 협상가를 맡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점차 자유무역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나바로 위원장이 공화당 의원들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세력 위축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비공개 브리핑에서 애매하고 설득력 없는 모습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실망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강경 보호무역론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위축되면서 다른 나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고율의 관세와 공격적인 보호무역 정책으로 '무역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다소 사그라들었다는 얘기다.

외국 관료들은 콘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을 찾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 한 관료는 "나바로 위원장이 갈수록 소외되는 것처럼 보여 이전보다는 덜 걱정스럽다"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나바로 위원장의 영향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부문 자문을 맡은 AFL-CIO(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 간부 시어 리는 "트럼프 행정부 내 월가 출신들이 내전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월가는 미국 무역정책이 이전 행정부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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