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에 직격탄 맞은 시드니 택시…번호판값 폭락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63살의 호주인 블라디슬라브는 최대 도시 시드니에서 33년 동안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처음 택시 운전을 시작할 때 번호판을 사면서 15만 호주달러(1억3천만원)를 지불했다. 나중에 값이 오른 택시 번호판을 팔면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투자로도 생각했다.
실제로 주변에 택시 번호판이 자신의 노후자금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희망이 사라지면서 노후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손님이 없다. 밤에 시내를 3시간이나 돌아다녀도 손님이 없을 때가 많다"라고 하소연했다.
시드니의 택시기사들이 차량 공유업체 우버로 인해 이처럼 직격탄을 맞았다고 호주 ABC 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시드니를 관할하는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택시 면허 평균 가격은 20만 호주달러(1억7천만원)다. 이는 2012년 10월의 40만 6천달러(3억5천만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NSW 주정부는 2015년 우버를 합법화했고, 택시기사들을 위해 2억5천만 호주달러(2천220억원) 규모의 보상책도 마련했다.
우버 합법화 약 2년 만에 우버 차들은 값싼 요금과 편리함을 앞세워 시장을 넓혀 나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우버 이용자들이 꾸준이 늘어 시드니 거주자 3명 중 1명꼴로 이용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반면 택시기사들을 큰 타격을 받았다.
블라디슬라브는 우버 합법화로 2만 호주달러(1천740만원)의 보상을 받았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며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이 택시기사들에게는 유니폼을 입게 하고 카메라를 달게 하는 등 통제를 해온 만큼 이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조합 관계자는 번호판 가격의 큰폭 하락세를 인정하면서도 택시 이용객이 준 것은 아니라며 여전히 수익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블라디슬라브는 때늦은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그때 2층짜리 집을 샀더라면 지금은 300만 호주달러(26억원)를 할 것이고, 월세를 받으며 돈도 벌 것"이라며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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