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탁구, 중국인 코치 수혈로 '만리장성 넘는다'

입력 2017-03-11 11:10
여자탁구, 중국인 코치 수혈로 '만리장성 넘는다'

중국 대표 출신 코치 영입…거센 중국세 극복 전략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세계 탁구를 주름잡는 중국 세의 거센 파도를 넘지 않고는 한국 여자탁구가 다시 일어설 방법은 없습니다. 중국 선수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입니다."

최근 탁구 여자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안재형(52) 감독은 여자팀 코치로 중국인 지도자를 영입하기로 한 계획과 관련해 부진 탈출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탁구는 지금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한국은 197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에리사, 정현숙을 앞세워 구기 종목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 쾌거를 이룬 이후 양영자, 현정화, 류지혜, 김무교, 이은실, 김경아 등을 주축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과 경쟁해왔다.



1980-90년대에는 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88년 서울 올림픽 복식 금메달(양영자-현정화), 90년 지바 세계선수권 남북 단일팀 우승, 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단식 금메달(현정화) 등 현정화라는 걸출한 스타가 세계 탁구를 호령했다.

이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복식 동메달(류지혜-박해정)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단식 동메달(류지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복식 은메달(이은실-석은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등 후배들이 '탁구여왕' 현정화의 뒤를 이었다.

그나마 수비 전형의 김경아가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 단체전 4위를 주도하며 에이스 계보를 이었다.





하지만 김경아가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후 서효원, 양하은 등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2014년 요코하마 세계선수권 단체전 9위와 2016년 쿠알라룸푸르 세계선수권 12위로 성적이 급전직하했다.

한국 여자탁구의 암흑기라고 부를 만하다.

반면 세계 최강 중국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약진하면서 한국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강자 딩닝을 필두로 세계랭킹 톱10에 4명이 포진하고 있고, 싱가포르, 홍콩 등 범중국 선수들까지 합하면 중국 세는 더욱 위력적이다.

현재 한국에는 세계 10위 내 선수가 한 명도 없고, 서효원이 21위, 양하은이 28위로 밀려 있다.



한국 여자탁구의 심각한 부진은 월등한 기량의 에이스가 없는 데다 전체 경기력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선수들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게 중국인 지도자의 수혈이다.

중국의 선진 기술을 전수받는 한편 중국 탁구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우리 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애초 여자 대표팀 감독 영입까지 고려했으나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 사령탑 영입이 가져올 충격이 클 것을 우려해 '중국통' 인 안재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대신 중국 대표로 활약한 경력이 있는 코치를 영입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안 감독이 중국탁구협회를 통해 코치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다음 달 우시 아시아선수권대회 이전에 코치 영입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안 감독은 "중국인 코치는 중국이 강한 기본기를 우리 선수들에게 전해주는 한편 중국계 선수들의 특징을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그 선수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자 대표팀의 중국인 코치 수혈이 부진에서 허덕이는 한국 여자탁구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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