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논란속 중국내 '박근혜' 이미지 1년새 급전직하

입력 2017-03-11 11:33
사드배치 논란속 중국내 '박근혜' 이미지 1년새 급전직하

"자신의 대중국 영향력 과신…'중국의 꿈' 깨졌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내 이미지가 지난 1년 사이 극적인 변화를 겪은 것을 보면 한중관계의 급변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에서 한때 '퍄오다제'(朴大姐·박근혜 누님)라는 애칭을 가질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박 전 대통령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을 겪고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전해지며 '비아냥'과 배척의 대상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취임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친중 정치인으로 평가돼 중국의 환영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한국을 방문한 당시 시진핑(習近平) 저장(浙江)성 서기와 만남을 가졌던 인연도 화제가 됐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외교관례를 깨고 중국을 가장 먼저 찾은 박 전 대통령은 중국 정부로부터 최고의 예우와 함께 중국 언론매체의 호평을 받았다.

두 양친이 피살되는 역경을 이겨내고 평생을 국가에 공헌하려는 강인한 여성상으로 비치며 수차례의 방중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역사, 고사성어 등을 인용, 일반 중국인에게도 친숙해졌다.

중국 철학자 펑유란(馮友蘭)의 저서 '중국철학사'가 "삶의 등대" 역할을 했다는 말에, "마음속 첫사랑 상대"가 삼국지 조자룡이었다는 말에 중국은 깜빡 넘어갔다.

2013년 5월 중국에서 출간된 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絶望鍛鍊了我)는 수년간 베스트셀러에 올라있기도 했다.

이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면서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중국경사론'이 나올 정도로 '최상의 관계'를 구축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안보상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대중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새로운 외교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중국 인기는 201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랐을 때 절정에 올랐다.

중국은 자국의 국가행사에 자유·민주주의 진영 지도자로는 거의 유일하게 참석한 박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톈안먼 성루는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열병식을 참관한 자리"라며 "박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를 대신해 중국의 '라오펑여우(老朋友·절친한 친구)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중국 내 박근혜 이미지도 급전직하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사드와 관련해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을 견지하다가 전격적으로 배치 결정을 발표한 것을 중국은 자신들의 뒤통수를 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에서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자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말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친중 외교노선 효과에 대한 의문도 높아졌다.

시 주석이 북한 핵실험 직후 한 달여 간 박 전 대통령의 핫라인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한중 불협화음을 예고한 전초였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밀고 나갔고 시 주석은 세 차례에 걸쳐 사드 반대 의사를 공개 표명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사드 부지가 발표되자 중국은 한류, 관광 등 분야에서 제재에 나서며 한국 고위당국자와의 접촉 통로를 사실상 차단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탄핵 판결에 이를 때까지 중국 매체들은 주요 뉴스로 박근혜 정부를 비리의 온상이었다고 보도하며 박 전 대통령과 확실한 선을 긋기에 이르렀다.

이번 탄핵 판결에 대해서도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의 사드배치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고 "중국엔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박근혜 시절 중국은 한국을 미국 동북아 군사동맹을 깰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로 봤고, 박근혜는 자신의 대(對) 중국 영향력을 과신하고 중국의 대북정책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이런 패착이 박 전 대통령이 가졌던 '중국의 꿈'을 깨뜨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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