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터키, 쿠르드족 진압 중 심각한 인권유린"

입력 2017-03-10 22:11
유엔 "터키, 쿠르드족 진압 중 심각한 인권유린"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10일(현지시간) 터키군이 2015년 7월 이후 남부 지역에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싸우면서 심각한 인권유린 사태를 유발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유엔 보고서는 "살인과 건물 파괴를 비롯해 헤아릴 수 없는 심각한 인권유린 사태가 있었다"면서 최소 35만5천명에서 100만명에 이르는 쿠르드족 주민이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고 지적했다.

터키에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PKK는 1984년 이후 무장 투쟁을 벌여왔다. 터키 정부는 PKK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3년에는 터키 정부와 PKK 사이에 휴전이 체결됐지만 2015년 다시 교전 상태로 돌아갔다.

보고서는 위성 사진 판독 결과 수많은 마을이 심한 폭격으로 훼손됐고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쿠르드족 도시인 지즈레는 '종말'을 보는 듯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초 이곳에 있던 200여명의 주민들은 음식과 물 없이 지하실에 몇 주 동안 갇혀 있다가 총에 맞아 살해되거나 폭격으로 숨졌다.

이번 보고서는 터키의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나왔다.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두고 다음 달 국민투표를 한다.

터키는 자국민이 상당수 거주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 장관들을 보내 정치연설을 하도록 계획을 세워 관련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믿을 수 없는 수많은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터키는 유엔 인권 기구가 PKK와 교전하는 지역을 방문하는 것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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