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쪽에 다 빼앗길 판"…佛 사회당 아몽 대선캠프 '비상'

입력 2017-03-10 21:00
"마크롱쪽에 다 빼앗길 판"…佛 사회당 아몽 대선캠프 '비상'

아몽, 마크롱에게 "준비 덜 된 인물"…사회당 내각에는 '러브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중도신당 대선후보 에마뉘엘 마크롱(39) 쪽으로 집권당 유력 정치인들이 줄을 서자 사회당 대선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브누아 아몽 사회당 대선후보는 현 정부 인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국무회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마크롱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10일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총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집권당 대선후보인 아몽의 선거운동본부를 전격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몽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대선에서 사회당 전체를 대변하고 현 정부 5년의 성과를 갖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몽은 현 정부에서 교육장관으로 일하다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노동개혁 추진 등 '우향우' 정책에 반발해 넉 달 만에 사퇴했다.

아몽은 대선 공약으로 기본소득보장제를 주장하고 공산당의 지지를 받는 장뤼크 멜랑숑과 연대를 시도하는 등 중도좌파 사회당 내에서도 색깔이 뚜렷한 선명좌파로 분류된다.

카즈뇌브 총리는 아몽에게 "모든 계파를 결집해야 한다"면서 "이번 정부의 긍정적 성과를 계승하리라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는 최근 사회당 내 많은 인사가 아몽에게 거부감을 드러내며 마크롱 지지에 합류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경고성 조언으로 해석된다.

마크롱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차투표 지지도 1∼2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으나, 아몽은 4위권에 머무르며 결선투표 진출권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당에서는 좌파 성향이 뚜렷한 아몽보다 마크롱의 공약들이 좀 더 중도좌파 사회당의 정체성에 맞는다는 평가까지도 나온다.

다만, 의원들은 마크롱을 공개 지지했다가 대선 직후의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기류다.



그러나 사회당 중진인 베르트랑 들라노에 전 파리시장 등은 공개적으로 마크롱 지지를 선언하면서 아몽 캠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당내 영향력이 큰 클로드 바르톨론 하원의장, 마뉘엘 발스 전 총리 진영에서도 아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도 수세에 몰리자 아몽은 마크롱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등 겉으로는 일단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9일 저녁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일부 사회당 인사들이 경선이라는 절차를 거쳐 선정된 자신의 정통성을 무시하고 마크롱 쪽으로 "도망갔다"고 비난했다.

마크롱에 대해선 통치능력이 의심스럽다면서 "대통령이 될 준비가 덜 된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아몽은 현 정부 내각에도 구애의 사인을 보내면서 중도파의 표를 끌어모을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아몽은 최근 세골렌 루아얄 환경장관에게는 환경 분야의 새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고, 장 이브 르드리앙 국방장관에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방장관 중 한 분"으로 치켜세웠다.

그는 기본적으로 기본소득 보장제와 로봇세 부과 등 경선 당시 공약들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산층의 구매력 상승 등 중도·중도우파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들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간 르몽드는 아몽의 이런 '변화'를 두고 "자신을 좌파 내에서도 중도성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당내 사회민주주의 세력이나 환경론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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