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짜 의사' 10년 이상 의료계 종횡무진

입력 2017-03-12 08:00
호주 '가짜 의사' 10년 이상 의료계 종횡무진

인도 의사 신분 도용…글로벌 제약사도 근무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한 호주 남성이 인도 의사의 신분증을 도용, 10년 넘게 의사 생활을 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에서도 일한 것으로 드러나 호주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11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인도계인 샴 아차리아라는 이름의 남성은 인도 의사의 신분증을 훔친 뒤 2003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의료위원회에 등록, 의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신분 세탁을 통해 그는 시드니를 포함한 NSW주 4개 병원을 옮겨다니며 10년 이상을 일했다. 이 기간에 팔 골절 치료로 1차례 불만제기가 있었을 뿐 수술도 거침없이 해내면서 시민권까지 땄다.

2013년과 2014년 사이 11개월 동안에는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시드니 사무소로 옮겨 일했다.

이어 2015년 6월에는 시드니의 임상시험 회사에 들어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 회사에서 근무한 지 1년이 더 지난 지난해 9월 그의 신분과 자격증에 의심을 한 회사 측 신고로 결국 거짓 신분이 탄로 났다.

그는 현재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피 중이다. 체포되더라도 의사를 가장한 대가로 벌금 3만 호주달러(2천600만원)가 부과되고 시민권이 박탈될뿐이다.

호주 의료계는 어떻게 10년 이상이나 들통나지 않았는지 황당해 하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아차리아가 의사 등록을 할 때는 검사 시스템이 허술했다며 2010년에야 엄격한 확인 절차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또 그가 인도에서 의료과정을 배웠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성명을 통해 인도 쪽에 자격 확인 과정은 없었다며 그가 환자를 만나는 일을 맡지 않아 환자와의 접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호주 이민부도 당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피터 더튼 이민장관은 "이번 일은 시스템에 큰 구멍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당시는 지금과 달리 검사가 느슨했다고 호주 언론에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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