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출마 '동풍' 불었나…대선시계 빨라져 선언 촉각
"만사 갖췄으나 동풍이 부족" 인용…탄핵국면 해소·당원권 회복 분위기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로 여권의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대선시계'가 빨라질지 주목된다.
11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재판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본격적인 대선 몸풀기에 나서 여권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공식 출마선언은 미루고 있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의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예의'를 내세웠다. 여기에다 그의 당원권이 정지된 상황도 또다른 족쇄인 것으로 지적됐다.
그는 이달 초 한 방송에서 "지금 대통령 탄핵 와중인데 '나 대통령 하겠다'는 소리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탄핵 국면이라는 걸림돌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됐다.
홍 지사는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감스럽지만 헌재 결정은 받아들인다"면서 "이제는 대란대치(大亂大治, 큰 난리가 일어났을 때는 크게 통치해야 한다)를 해야 할 때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감스럽지만 대통령이 탄핵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나라를 크게 통치해야 할 시점이라는 언급이다.
나라를 크게 통치해야 할 사람이 누구라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대선 출마 의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최근 언론매체와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국가경영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당사를 방문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원권 회복 문제도 논의해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권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이 나와 유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도 변수로 남아있다.
국무총리로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지적도 있지만 정치권에선 황 대행과 홍 지사간 경합이 이뤄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쨌든 최근 제반 여건들을 종합해보면 홍 지사의 대선 출마는 결국 본인의 최종 결심만 남겨 놓은 셈이다.
한국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당 사정이 긴박해졌고 대선시계도 빨리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홍 지사가 어떤 결정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당에서는 본인이 결단만 하면 나머지는 뒷받침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출마 결심만 하면 당원권 회복 문제 등 홍 지사가 출마하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한다는 분위기라고 이 관계자는 소개했다.
이에 대해 홍 지사 측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시간이 촉박해진 것은 사실이다"며 "조만간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출마한다면 한 진영의 후보가 되기 위해 출마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출마를 하는 것이다"며 "된다는 확신이 들면 스스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폐이스북 등에서 '만사구비지흠동풍'(萬事俱備只欠東風·만사를 두루 갖췄으나 동풍이 부족하다)이라는 말도 수차례 언급했다.
홍 지사가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결심을 언제 굳힐지, 그가 말한 '동풍'이 때맞춰 불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아니면 일각에서 추측하는대로 정작 도지사 3선에 뜻을 두고 있는 것인지 등 그가 속내를 밝혀야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b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