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흉년' 농가들 아우성…축제도 줄줄이 취소

입력 2017-03-12 08:11
'고로쇠 흉년' 농가들 아우성…축제도 줄줄이 취소

이상고온에 생산량 20∼30%↓, 판매량은 50%까지 급감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상고온으로 고로쇠 수액 채취량이 많이 줄어든 데다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영향으로 주문마저 끊겨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지리산 자락의 올해 고로쇠 수액 채취량이 100만∼110만ℓ로 예년 평균 140만ℓ보다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근 함양군도 200여 농가가 지리산 자락에서 30여 만ℓ를 채취해 10억원 정도 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채취량은 예상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

고로쇠 수액 주산지인 전북 남원의 지리산 뱀사골 일대에서도 고로쇠 수액이 예년보다 15%가량 덜 나오고 있다.

전남 장성군 백양산 일대의 고로쇠 수액 채취량도 예년보다 30%가량 줄 것으로 보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흉년'을 맞고 있다.

생산량이 준 것은 이상고온으로 밤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삼투압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고로쇠 수액은 밤 기온이 영하 5~6도 이하로 떨어지고 낮 기온은 영상 10도 안팎으로 올라야 잘 나오는데 밤 기온이 제대로 내려가질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산림이 건조해진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농민들은 분석한다.



조현교 전 한국수액협회장은 "수액은 기온, 날씨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특히 밤 기온이 충분히 떨어져야 삼투압작용이 활발히 이뤄지는데 최근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고 분석했다.

이상고온현상은 수액 채취 기간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지리산 일대는 과거 4월 초까지도 고로쇠 수액을 채취했지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며 최근에는 3월 하순으로 앞당겨졌다.

최근 기온이 급격히 오르고 있어 올해는 이달 중순을 넘어서면 사실상 생산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수 전 한국수액협회장은 "최근 날씨가 계속 따뜻해지고 있고 그와 반비례해 수액 채취량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현재의 기온 상승 추세로 보면 채취 시기도 이달 중순 전후까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주문량 감소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뱀사골 고로쇠영농조합은 작년보다 30% 이상 판매량이 줄었고, 덕유산 고로쇠영농조합법인은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다.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청탁금지법이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의 잇따른 발병으로 홍보에 차질이 빚어진 탓도 있다.

백양고로쇠축제, 함양의 고로쇠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됐고, 뱀사골고로쇠축제 등은 대폭 규모가 축소돼 치러졌다.

박명복 뱀사골 고뢰쇠영농조합 총무이사는 "그동안은 택배비를 포함해 5만5천원짜리인 상품을 주로 팔았으나 올해는 청탁금지법에 대비해 2만9천원짜리를 내놓았다"면서 "그런데도 주문 전화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협회장은 "전국적으로 농민들이 생산량 감소와 판매량 급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백도인 지성호 손상원 공병설 이강일)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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