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통합이다]④불확실성 딛고 경제위기관리에 힘 모아야

입력 2017-03-10 18:37
수정 2017-03-10 19:06
[이제는 통합이다]④불확실성 딛고 경제위기관리에 힘 모아야

'4월 위기설' 등 내·외부에서 밀려드는 위험요인 산적

경제부총리가 중심 잡고 혼수상태 경제 살릴 묘안 짜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04년 2월 12일.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경제 문제는 내가 책임진다. 각 경제주체는 믿고 따라달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그날 한강 다리를 여섯 번이나 건너며 금융기관장과 경제단체장, 해외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덕분에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당일 장중 40포인트 넘게 폭락했던 주식시장의 코스피는 20포인트로 낙폭을 줄이며 마감했고 다음 날엔 상승세로 돌아섰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10일 과거 이헌재 부총리가 보여줬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작년 말부터 국론을 분열시켰던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우리 사회는 또다시 '정치 광풍'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문제는 경제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등 정치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은 풍선처럼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온 나라가 차기 지도자를 뽑는 대선일정에 함몰돼 코앞까지 닥쳐온 위기 요인을 간과한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극심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달러 곳간'이 바닥을 드러낸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우리를 둘러싼 경제위기 요인을 소홀히 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경제위기가 엄습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성장 부진이 아니라 이미 '4월 위기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 같은 절박한 위기감이 국내 금융시장을 옥죄고 있다. 4월 위기설의 배경엔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4월에 집중돼있고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런 위기설이 제기된다는 것은 그만큼 위중하고 복합적인 위기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위기설은 금융시장에 퍼져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주가·환율·금리 불안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을 불러와 실제 경제위기로 비화하는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가 될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불안감을 차단해 위기감이 실제 위기로 실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헌재 선고로 정치적 불확실성 중 하나가 제거됐지만, 대선정국에 들어서면 다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한국 경제가 위급한 상황이고 특히 최근 들어 리스크 요인이 너무 많아졌으므로 정부와 국민이 경제위기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 요인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극심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성장 절벽, 고용 절벽, 인구 절벽에 직면했고 우리 가계가 짊어진 1천300조원을 넘는 빚더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나라 밖에선 미국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보복,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파도가 밀려온다.

길게 보면 4차 산업혁명과 중장기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쉽지 않은 숙제도 해결해야만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 전까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현 내각이 이런 위기 요인의 관리와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권의 향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을 혁파하고 '위기관리 내각'임을 선언하면서 일촉즉발인 위기 요인의 '뇌관'을 제거하는 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대외여건의 위험도가 높아져있는 상황이므로 경제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하고 경제문제는 정치에서 분리해 국내외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통령의 부재 상황에 황교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중심을 잡고 위기관리의 선장 역할을 맡아야 한다. 유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관계 부처 장관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안팎으로 산적한 경제위기 요인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안정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선과정에서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한편 가계부채와 청년실업,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 마련 등 적극적인 역할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불확실성이 제거됐으니 경제부처와 금융당국이 위기관리에 주력해야 하며 정부는 세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돈을 더 풀어서 적극적인 경기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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