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2㎞까지 날아가는 산불…강릉 산불 확산 이유는
국립산림과학원 "바람 따라 확산 속도 26배 빨라져"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야산에서 지난 9일 발생한 산불이 10일까지 20시간 넘게 이어지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발생 1시간여 만에 초동 진화됐지만, 강풍으로 재발화했으며 순간 최대풍속 초속 14.6m의 강풍이 불면서 주변으로 확산했다.
현재까지 인명이나 민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20㏊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 것으로 추산됐다.
산림청은 이날 새벽부터 초대형 헬기 3대, 대형 헬기 13대, 중형 헬기 1대 등 산림 헬기 17대와 인력 1천500여명을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바람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강한 바람에 불길 확산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났을 때 바람이 불면 확산 속도가 26배 이상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람이 없을 때의 산불은 화염이 높지 않고, 분당 0.57m의 느린 속도로 이동했다.
하지만 바람이 초속 6m로 불 때는 화염이 커지고, 분당 최대 15m까지 확산(경사 30도 기준)하는 것이 관찰됐다.
바람이 없을 때와 비교해 26배 이상 빨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 동해안 산불, 2002년 충남 청양·예산 산불, 2005년 강원도 양양 산불 등 피해면적이 넓은 대형 산불은 대부분 봄철(3∼4월)에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강한 편서풍의 영향으로 산불이 빠르게 퍼졌기 때문이다.
불이 나무의 잎과 가지에 옮겨붙는 형태의 산불인 '수관화'(樹冠火)는 산림의 상단부가 타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산불의 확산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순간 최대풍속 23.7m/s의 바람으로 불씨가 산과 하천을 넘어 2㎞까지 날아간 사례가 있었다.
2013년 도심에서 발생한 포항 산불 당시에는 20여 차례의 비화가 발생해 날아든 불똥으로 가옥 111채가 불에 타고 27명(사망 1명, 부상 26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봄철에는 습도가 15% 이하로 건조한 날이 많고 강한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사소한 불씨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산림 인접 지역에서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성묘객들이 산소 주변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강릉 옥계의 지난 9일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14.6m에 달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진화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오전 중 산불 진화작업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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