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총재 "디플레 위험 대체로 사라져…절박감도 지나가"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디플레이션 위험이 대체로 사라졌다고 했다.
드라기 총재는 9일(현지시간)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나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직 인플레이션 전선에서 승리를 선언하긴 이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적정한 물가관리를 본령으로 하는 ECB 수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읽혔다.
특히 유로존 2월 물가상승률이 2%를 기록한 것에 맞물려, '확장·팽창'에서 '축소·억제'로의 ECB 통화정책 이동의 속도와 폭에 시선이 쏠린 가운데서다.
ECB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그간 반복한 "필요 시 위임된 책무 범위 내에서 허용된 모든 수단을 쓸 태세가 돼 있다"라는 문구를 뺐다. 기자가 왜 누락했느냐고 묻자 드라기 총재는 "절박감이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드라기 총재는 다만, 에너지가격과 비가공 식품가격 인상 때문에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를 찍은 것이라며 이를 고려한 근원물가 수준은 여전히 낮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종료되기 전에 금리를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정책위원들은 앞으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라며 그들의 견해도 전해 이 둘을 합쳐 적극적으로 시나리오를 쓴다면 '적어도 연말'로 돼 있는 프로그램 종료 전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이 대목에서도 양적완화 종결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분명히 말함으로써 금리 인상과 함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같은 것으로 대표되는 '축소·억제' 신호로 과도하게 해석될 공간을 틀어막았다.
미국이 저평가된 유로화로 독일이 무역흑자 등 득을 본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흡사하게 "독일의 통화정책은 ECB가 수행하고, ECB는 독립적이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라고 원론으로 반박했다.
드라기 총재는 그러고는 "독일을 공격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지정학적 위기가 최근까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진 않았지만, 위험해 보이는 이벤트들이 있고 그 결과가 가져올 위험을 가늠하긴 힘들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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