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대 '정적' 크루즈 부부에 식사대접 왜?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인 '미국보건법' 의회통과 협력 요청
크루즈, 2013년 '오바마케어' 저지 연방정부 셧다운 앞장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선 기간 최대 '정적'이었던 공화당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부부동반 만찬을 베풀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를 대체하기 위해 공화당 하원이 내놓은 '미국보건법'의 의회 통과를 도와달라며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크루즈 의원과 부인 하이디 여사와 2명의 자녀는 이날 백악관에서 함께 식사했다. 미 언론은 이들 부부가 지난해 대선 경선 기간의 묵은 악감정을 털어내고 협력을 약속했는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크루즈 의원은 경선 기간 '막장' 싸움을 벌였다.
경선이 격화하면서 크루즈 의원을 지지하는 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의 누드 사진을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크루즈 의원의 부인인 하이디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겁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크루즈 의원의 부친인 라파엘 크루즈를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과 직접 연루시켰고, 이에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병적인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웠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크루즈 의원은 경선 패배를 내심 수용하지 않고 '트럼프 저지' 반란세력의 배후에 섰고 7월 20일 공화당 전당대회 연사로 나서서도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바마케어'의 폐기에는 뜻을 같이한다.
'오바마케어'의 폐기와 대안 마련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크루즈 의원은 2012년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뒤 이듬해 10월 오바마케어를 저지하고자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까지 초래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으나 보수 진영에서는 기린아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러한 배경을 지닌 크루즈의 지원사격을 받는 게 대안 마련에 필수적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공화당 하원이 지난 7일 공개한 미국보건법은 오바마케어에 있던 건강보험 가입 의무규정을 없애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도 폐지하는 대신 연령에 따른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건강보험 혜택 축소와 취약계층 환자에 대한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민주당과 의료계의 반발이 크다.
크루즈 의원도 기자들에게 "하원 법안 초안을 상당히 우려하며 이 법안은 상원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공화당이 통과시켰지만,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2015년 법안의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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