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추방된 北리정철 대화영상 뒤늦게 주목

입력 2017-03-09 22:17
'김정남 암살' 추방된 北리정철 대화영상 뒤늦게 주목

영사면담 수상한 발언…"나간 동무들이 걱정 많이 했다"

말레이 당국 수사중인 北공작·배후설 확인할 정황되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혐의로 체포됐다가 증거부족으로 석방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44)의 영사면담 동영상이 공개돼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언론 아스트로아와니가 입수해 최근 공개한 1분 10초 길이의 이 동영상은 북한대사관이 리정철과 밀접한 관계였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담겨 있다.

9일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이 동영상은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되기 직전인 지난 6일 오전 경찰에 둘러싸여 이민국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리정철은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김유성 영사부장 겸 참사 등 북한 대사관 직원 두 명과 별실에서 면담을 진행한다.

김 영사부장은 리정철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한마디로 내가… 일사불란하게끔 나간 동무들이 지금 아주 리정철 동무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됐으니까"라고 말했다.

리정철이 "고맙습니다"라고 답하자 김 영사부장은 "잘했어 수고했다고, 간단치 않은 것인데 그거"라면서 거듭 그를 격려했다.

김 영사부장은 리정철이 "경찰은 화학 쪽으로 내가 전문가라는 건데…"라고 말하자 "아냐 아냐 이제 그렇게 안 됐어. 이젠 다 이렇게 되고 말았더라고"라며 말을 도중에 끊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전까지 리정철에 대한 영사면담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이런 대화는 양측이 이전부터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김 영사부장이 언급한 '일사불란하게끔 나간 동무들'은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로 김정남을 공격한 직후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인 4명을 언급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남은 당일 공항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여성 2명에게 공격을 당한 뒤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달아난 북한 국적자 4명이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리정철이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정황을 잡았지만,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자 기소를 포기하고 그를 국외로 추방했다.

리정철은 약학과 화학 전문가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그가 현지 건강식품업체에 위장취업해 말레이시아에 장기체류해 왔다는 점을 들어 고정간첩이나 공작원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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