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美 "코소보 정규군 창설에 반대" vs 코소보 "계속 강행"

입력 2017-03-09 19:11
수정 2017-03-09 19:21
나토·美 "코소보 정규군 창설에 반대" vs 코소보 "계속 강행"

코소보 대통령 "러시아 위협 막는 수단 필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이 발칸반도 소국 코소보의 정규군 창설 추진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8일(이하 현지시간) "코소보의 그런 일방적인 조치는 (역내 평화에)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코소보가 계획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나토는 코소보에서의 임무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나토는 코소보에 1999년부터 약 4천5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며 코소보의 방위를 담당하고 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하심 타치 코소보 대통령이 현행 코소보 보안군(KSF)을 정규군으로 재편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직후 나온 것이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코소보의 정규군 창설에 대한 세르비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코소보 당국은 세르비아와 긴밀한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소보 주재 미국 대사관도 별도의 성명에서 "안보상의 변화는 코소보의 헌법과 부합해야 하며 코소보의 다인종 민주주의를 반영하는 대의 정치 체제를 통해 구현돼야 한다"고 지적, 세르비아계가 반대하는 코소보 정부의 일방적인 정규군 창설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

앞서 타치 대통령이 "KSF를 정규군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은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가 밟는 정상적인 단계"라며 KSF의 인원을 늘리고, 권한을 강화해 정규군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천명하자 코소보 내 소수 민족인 세르비아계와 코소보를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웃 나라 세르비아가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는 이 문제와 관련, 코소보의 계획 철회를 위해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치 코소보 대통령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서발칸은 세르비아에 주둔하는 러시아군과 세르비아에 배치된 러시아 전투기, 세르비아에서의 러시아 군사 훈련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나토는 이런 실체적 위협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옛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로 수 십 만 명의 사망자와 난민이 양산되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이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세르비아 공습으로 1999년 내전이 종식되자 코소보는 유엔의 개입으로 세르비아와 평화협정을 맺었고, 2008년 독립을 선포했으나 유엔 결의안에 따라 독립적인 군대는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현재 114개국이 코소보를 주권 국가로 대우하고 있으나, 세르비아와 러시아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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