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역대급 실적' 정유업계, 1분기 전망도 '맑음'

입력 2017-03-10 06:23
수정 2017-03-10 06:28
'작년 역대급 실적' 정유업계, 1분기 전망도 '맑음'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지난해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가 인하,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의 공급 축소 등의 영향으로 국내 정유업계의 1분기 실적 기상도는 맑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사우디아람코가 4월부터 아시아 지역에 공급할 원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을 인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심의 원유 감산 영향으로 OSP의 상승이 예상됐지만 외려 값을 내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중동산 원유 수입을 줄이자 아람코가 값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람코로부터 직접 수입해오기도 하고, 아람코가 OSP를 내리면 다른 중동 산유국도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중동에서 원유를 많이 수입해오는 한국 정유업체에는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주요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정제마진도 양호한 편이다. 최근 2주 연속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하긴 했지만 올해 1분기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6달러로 작년 4분기(6.7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비·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여기에 역내 시장의 경쟁자인 중국과 일본의 석유제품 수출 물량이 감소했거나 감소할 예정이다.

중국은 당국이 수출 쿼터를 작년보다 40%나 줄이며 석유제품 수출이 대폭 줄었고, 일본은 2분기부터 6개 정유사가 정제설비 철거에 나서는 한편 일부는 정기보수에 들어가며 가동이 멈춘다.

이들의 수출 감소는 아시아 역내 시장의 공급 축소를 의미하고 이는 한국 정유업체들에는 호재다.

설비 특성상 정유업계가 강점을 지닌 아로마틱 계열 석유화학제품 시장의 상황도 우호적이다.

파라자일렌(PX)의 경우 작년 하반기 이후 축소됐던 스프레드(마진)가 최근 반등하는 추세다.

벤젠(BZ)은 작년 12월 가격이 폭등한 이후 최근 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이 호황이다.

'석유화학산업의 쌀'로도 불리는 에틸렌 역시 최근 스프레드가 커지며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다.

실제 2월 정부의 수출입 동향을 보면 석유제품 수출액은 29억9천만 달러,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38억1천만 달러로 모두 67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반도체(64억 달러)의 실적을 앞질렀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일부 업계는 타격이 크지만 정유업계는 이런 폭풍도 피해가고 있다.

일례로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시노펙과 제휴한 중국 우한(武漢)의 중한석화는 안전하게 조업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도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가운데 여러 시장 여건이 좋아 지난해의 호실적 행진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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