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野 대선레이스 급가속…'굳히기냐 뒤집기냐'

입력 2017-03-10 12:14
수정 2017-03-10 13:15
[대통령 탄핵] 野 대선레이스 급가속…'굳히기냐 뒤집기냐'

文 '준비된 후보' 안정적 대세론…安·安 "대통합으로 시대정신 전환"

李, 진보층 결집 기대…孫, 개헌파 제3지대 존재감 끌어올리기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10일 인용되면서 야권의 대선 레이스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탄핵 우선' 기조를 이어가며 대선준비에 속도를 조절해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명실상부한 대선체제로 전환하면서 주자들도 지지세 끌어모으기에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야권 안팎의 관심은 '대세론'을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굳히기에 성공할지, 아니면 후발 주자들이 '뒤집기'에 성공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야권의 지상과제였던 탄핵이 완수된 만큼 대선의 핵심의제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이동하면서 후발 주자에게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문 전 대표 측에서는 지금까지 공고하게 이어져 온 '대세론'이 탄핵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문 전 대표가 무작정 '진보'의 틀에만 갇힌 것은 아니라는 자신감도 깔렸다. 국민의 시선이 '탄핵'에서 '대통합'으로 옮겨가더라도 불리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탄핵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였다"며 "캠프 구성 등을 보면 오히려 외연 확장에 힘써온 점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정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는 데 있어서 문 전 대표의 '준비된 후보론'이 호소력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표 만큼 정책이나 비전에서 준비된 모습을 보인 주자는 없다"며 "이번에는 인수위가 없는 만큼 풍부한 인재 풀을 확보한 문 전 대표의 경쟁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반대로 대선 판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면서 후발 주자들에게도 '일발 역전'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대연정' 논란 속에서도 꾸준하게 '통합' 원칙을 밀어붙인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대연정의 경우 탄핵 국면에서 다소 진의가 왜곡되면서 논란이 커진 면이 있다"며 "이제는 국민도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경선에서도 강한 후보에게 몰리는 '대세론' 현상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지상과제였을 때에는 가장 강한 후보에게 표심이 쏠렸지만, 사실상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지지자들은 여러 선택지를 두고 누가 가장 좋은 지도자인지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 측도 '미래형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온 만큼 탄핵 이후 어젠다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바뀌는 것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광장이 양분되는 등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 간의 골이 깊게 파인 상황에서 대통합을 이룰 적임자라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또 2012년 '3강 체제'를 이뤘던 주자들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만 남으면서, 안 전 대표가 강조한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라는 프레임도 더 공감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도·보수층의 표심이 안 전 대표에게 결집할 수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기회가 있다. 탄핵이 관철되면서 촛불집회 최전선에서 싸워온 이 시장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전히 적폐청산과 국가 대개혁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느끼는 야권 지지층은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이 시장을 주목할 수 있다.

민주당 TV 토론이 활발해지면서 의견을 펼칠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달변가'로 알려진 이 시장에게 기회로 작용하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한 개헌파들도 탄핵 이후 3월 말에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탈당한 김종인 대표와의 '김-손 연대' 시나리오도 흘러나오면서 개헌파가 탄핵 이후 새 정국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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